(사진=자료사진)
음란물에 관한 논의를 하려고 학술적 견해를 사진과 결합해 블로그 등에 올린 경우는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란물로 결정한 남성의 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정보통신망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박경신 고려대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방통심의위 위원이었던 박 교수는 2011년 7월 블로그에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성적으로 흥분되나요?"라는 제목으로 방통심의위가 음란물로 차단한 사진들을 올렸다.
남성의 발기된 성기 사진 8장과 벌거벗은 남성의 뒷모습 사진 1장이었다.
박 교수는 사진과 함께 '성행위에 진입하지 않은 그리고 성행위에 관한 서사가 포함되지 않은 성기 이미지 자체를 음란물로 보는 것은 표현의 자유나 심의규정에 비추어 부당하다'라는 내용의 의견을 달았다.
대법원은 이를 사진들과 함께 음란물에 관한 논의를 위한 학술적이거나 사상적 표현 등이 결합된 게시물로 봤다. 음란성에 관한 논의의 특수한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어 "음란 표현의 해악이 이와 결합된 표현 등으로 통해 상당히 해소되거나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런 결합 표현물에 의한 표현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형법 20조에 정해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박 교수의 게시물이 표현의 자유나 방통심의위 심의규정에 비춰 이 사진들을 음란물로 보는 것이 부당하다는 견해를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피력하려는 의도였다고 봤다.
교수라는 직업과 사회활동 등을 볼 때 게시 목적과 동기는 정당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당시 논란이 일자 박 교수는 여성의 성기가 묘사된 회화작품도 블로그에 올려 게시했던 사진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하다가 일주일 만에 삭제했다.
대법원은 "결국 사진들의 음란성으로 인한 해악은 사진과 결합된 표현과 비판, 논증에 의해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