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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에 그친 노정 상견례…사회적 대화 냉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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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홍보 급급-민주노총 강경일변도에 노정 대화 복원 난망

 

NOCUTBIZ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노총 간의 신경전 끝에 민주노총이 불참해 반쪽짜리 행사로 끝나면서 향후 노정 관계 복원 시도에도 시작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뒤 산별노조 및 개별 사업장 노조 지도부와 미가맹조직인 청년유니온, 사회복지유니온과 만찬을 가졌다.

애초 이날 행사에 민주노총 측도 함께 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불과 6시간 남겨둔 같은 날 낮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새 정부와 노동계의 첫 상견례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 노사정위 복귀 놓고 정부와 양대노총 '동상이몽'

갈등은 1부 간담회 자리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배석 여부부터 드러난다. 문 위원장의 배석은 곧 이번 행사가 양대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로 직결된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 복귀를 놓고 양대노총 간에는 셈법이 다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양대지침 강행 통과에 반발하면서 노사정위를 탈퇴했던 만큼 정권 교체와 함께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실제로 한국노총은 이미 대통령이 참여하는 8자회담을 강조하며 노사정위원회 복귀 수순에 돌입했고, 이날 행사에서도 노사정위 복귀 문제를 먼저 나서서 적극 거론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반면 민주노총은 1998년 정리해고와 파견노동에 반대하며 20년 가량 노사정위를 탈퇴한 상태인데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에서는 간헐적으로 이뤄진 공식 노정대화가 끊겨있어 노정 대화 복귀 결정의 무게가 남다르다.

특히 민주노총은 현재의 노사정위는 정부와 경영계에 편향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곧바로 사회적 대화 복귀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노동법 제·개정과 관련 5대 요구안을 통해 정부의 노동 정책 변화가 확인되야만 사회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자칫 이번 행사 참여로 사회적 대화 복귀 논의에서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힘을 잃은 채 노사정위 복귀 국면에 끌려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배태선 민주노총 전 조직실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청와대는 결국 민주노총이 참가하면 노사정 복귀로 선전해서 좋고, 안해도 고립시킬 수 있으니 좋은 꽃놀이패를 던진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행사 불참 이유를 밝히며 "노정대화로 논의되던 자리에 청와대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사정위원장을 배석시키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은 민주노총 조직 내부에서는 큰 논란이 있을 사안"이라면서 "그럼에도 노정관계 복원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간담회 참여를 결정했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홍보 강행VS우리가 들러리냐… 산별노조 초청 문제로 불거진 노정 시각차

민주노총이 밝힌 직접적인 불참 이유는 산별 노조 초청 문제다.

2부 만찬행사에 참여할 민주노총 소속 일부 산별 및 사업장 노조를 청와대가 민주노총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뒤 개별 접촉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양해가 있었다고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전체를 참석시켜달라고 요청했는데, 노조관계자만 약 50명이 참석하면 실질적 대화를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1부 비공개 간담회에 노조대표 뿐 아니라 지도부로 확대해 참석하자고 수정해 제안했다"며 "노조가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시간이 없으니 개별 노조 참석자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얼핏 청와대 실무진의 미숙한 일 처리로 빚어진 절차상의 문제로 민주노총이 새 정부와의 대화를 거절한 듯 보이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애초 청와대는 2부 행사인 만찬 자리만 기획했고, 이에 대해 양대노총이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1부 행사인 노조 지도부와의 비공개 간담회가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고심 끝에 2부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1부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부했다"며 "청와대는 노동계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노조와 만찬을 나누는 '그림'을 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청와대가 초대하려 했던 노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날 행사를 둘러싼 정부와 민주노총 간의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핸즈식스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사례로, SK하이닉스노조는 협력업체 처우개선 진행의 모범사례로, 국회환경미화원노조는 공공부문의 선도적 정규직 전환 모범사례로 초청됐다.

또 금융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일자리 창출 및 노사 공동사업을 진행한 모범사례로, 정보통신산업노조는 장시간 노동문제를 공론화한 어플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청년유니온과 사회복지유니온은 청년 등 노동취약 계층의 권익을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초청됐다.

즉 정부는 내년 하반기 발표 예정인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앞두고 정부의 노동 정책 성과를 과시하고 노조로부터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려던 반면, 민주노총에서는 정부 홍보 행사 '들러리'에만 그칠 수 없다는 강경론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이 올해 연말 지도부 선거를 앞둔 점도 청와대와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일부 노조만 청와대에 초청되거나, 사회적 대화 논의에 지나치게 힘이 실릴 경우 특정 정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내부 분열을 부를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 민주노총 불어닥칠 불참 후폭풍… "참석해서 적극 대응했어야" 비판도

이번 '반쪽' 노정 대화 사태에 대해 결과적으로 정책 홍보에 급급해 노조와의 기본 대화조차 실패한 청와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노정교섭을 요구하던 민주노총이 정작 정부 초청 행사에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하면서 마찬가지로 강한 비판을 받게 됐다.

내부적으로도 산하 산별 노조 중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가진 경우도 많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성과연봉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했던 공공운수노조나 불참 결정 직후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민주노총의 결정에 대해 엄중한 내부 평가가 필요하다고 비판한 보건의료노조 등에서는 "청와대에 불만이 있더라도 가서 얘기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산별노조가 공평하게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관료적 판단이 문제"라며 "민주노총이 오히려 노동계 현안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부에 역제안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법외노조 판정을 받은 전교조·전공노나 불법파견 판정에도 사측이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사업장, 문 대통령의 약속에도 정규직 전환이 난항을 겪는 인천공항 노조, 메탄올 실명 사태 폭로를 주도한 화섬노조 등을 만찬에 초청하도록 해 만찬 논의를 주도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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