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친박청산을 둘러싸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진흙탕 내전을 치르면서 홍 대표의 새로운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따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홍 대표의 유·무죄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돼 파장이 주목된다.
홍 대표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대표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홍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대체로 동일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고 성완종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한 윤 모씨(55)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두 재판부는 유죄와 무죄라는 극과 극의 판단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친박청산에 반발하고 있는 서 의원은 "성완종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누구보다도 홍 대표가 잘 알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홍 대표가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진실의 증거를 내겠다"며 녹취록 등의 추가 폭로를 경고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돌발적인 '셀프고백'을 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이 사건 수사 당시 서 의원에게 전화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 모씨가 서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홍 대표는 부탁한 시점을 "2015년 4월 18일 오후"라고 못박았다.
이와관련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홍 대표는 당시 친박좌장인 서 의원에게 단순하게 협조요청을 한것이 아니라 (윤 모씨에게)진술을 번복해달라"는 구명 로비를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홍 대표가 서 의원에게 '구명 요청을 했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뿐 아니라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한번도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다.
그동안 재판에서는 홍 대표 측근 인사를 포함한 2명이 윤씨를 상대로 '회유'를 한 사실만 공개됐다.
◇ 홍 대표 측근 "홍준표가 아닌 나경범이 돈을 받은 걸로 해달라" 청탁
(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캡처)
판결문과 녹취록 따르면 홍 대표의 핵심측근인 엄창현씨는 성완종 대표가 목숨을 끊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5년 4월 11일과 13일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 모씨에게 전화를 했다.
윤씨는 남해대학교 전 총장이자 홍 대표의 최측근인 엄씨와의 통화를 녹취했다.
엄씨는 당시 통화에서 "홍준표가 아닌 나경범 보좌관(당시 홍 대표의 회계담당)이 돈을 받은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이어 하루 뒤인 4월 14일에도 MB정권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해수씨가 윤씨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회유를 했다.
이에대해 윤씨는 "검찰에서 사실대로 얘기할 수 밖에 없다"며 엄씨와 김씨의 회유를 모두 물리쳤다.
그러나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은 엄씨와 김씨가 누구의 부탁을 받고 윤씨를 회유하려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엄씨는 윤씨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의 비서실장인 정 모씨와 여러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홍 대표가 윤씨를 회유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컸다.
윤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당시 두 사람은 '봐줄수 없냐 ,홍 지사를 말안해줄 수 없냐'고 했고 '나 보좌관이 받은 것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도 했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윤씨는 또 "당시 엄창현씨가 홍 지사 덕택으로 대학교 총장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홍 지사 부탁으로 전화한 것으로 이해하고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김해수씨에게도 "(나에대한 회유가) '서청원 의원의 뜻이나"고 물었지만, 김씨는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그러나 "홍 대표가 4월 18일 서 의원에게 전화해서 '나에 대해 자제 요청을 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이는 검찰 수사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도 나오지 않은 새로운 팩트"라고 강조했다.
◇ 홍 대표의 셀프고백 '대법원 판단에 영향 주목'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서 의원을 조사하면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는지 나올 것"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홍 대표가 이미 기소됐고 항소심까지 판단이 난 만큼 새로운 검찰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의 '셀프고백'은 대법원의 판단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1심과 항소심은 홍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초지일관된 진술을 인정하면서도 돈 전달과정에 대한 윤씨의 정확치 못한 '기억'을 놓고 유죄와 무죄라는 엇갈린 선고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홍 대표가 당시 서 의원에게 '왜 나를 물고 늘어지나, 윤씨를 자제시켜달라'고 셀프고백을 한 만큼 돈을 전달받은 정황이 더 분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