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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만 공연 400회…한 성악가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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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거리의 성악가’ 노희섭 인씨엠예술단 단장

유튜브에서 '인씨엠예술단'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태원 거리 공연. 한 어린아이가 무대로 올라오자, 그 아이와 어깨동무하며 부르는 노희섭 단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유튜브 영상 캡처)

 

홍대나 명동, 이태원, 한강 등지에서 우리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이들을 쉽게 만나곤 한다. 바로 버스킹이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성악으로 버스킹을 하는 한 예술가가 있다. 바로 (사)인씨엠예술단 노희섭 단장이다.

노 단장은 2013년 7월 명동거리에서 1인 클래식 버스킹을 시작해 오는 21일 거리공연 400회를 맞는다. 영하의 매서운 추위나 폭염에도 그는 ‘의지’ 하나만으로 버티며 클래식 버스킹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특별상도 수상하고, 음악계의 공무원이라는 서울시오페라단 단원이기도 했던 이른 바 '잘 나가는 성악가'였다는 그가 거리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대중에게 클래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노희섭 인씨엠예술단 단장. (제공 사진)

 

그는 늘 “클래식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중에는 관심이 없고 특정 계층만을 위한 성악가, 그들만의 세계는 의미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길거리에서 공연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06년 인씨엠예술단을 창단하고, 무료로 공연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제 사비도 투자하고, 심지어 다른 공연 수익까지 무료공연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클래식 대중화 운동은 계속 하고 싶은데 비용은 감당이 안 되고. 그래서 생각한 게, 나 혼자 길거리로 나가서 노래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러면 비용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요.”

길거리 공연을 결심했지만, 사실 걱정이 앞섰다. 클래식이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하는 장르가 아닌데, 길거리에서 하면 과연 좋아할까 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지나치다 접하는 클래식 공연을 기쁘게 즐겼다.

노희섭 인씨엠예술단 단장. (제공 사진)

 

노 단장은 그동안 명동, 신촌, 정동길, 이태원, 삼청동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 등을 돌며 거리에서 공연했다. 그는 “길거리 공연이 힘들긴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때보다 오히려 더 에너지를 얻는다”고 고백한다.

“영등포역에서 공연할 때였어요. 그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잖아요. 4시간짜리 공연이었는데, 한 노숙자께서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보시더니, 공연 후에 ‘감동을 받았다’며 제게 찾아오셨어요. 그리고는 2000원을 주시면서 ‘종일 박스를 주워 번 돈인데, 무료 공연 하시는 데 보태시라’고 하신 거죠.”

“한 번은 한 여성께서 신청곡으로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를 신청하셨어요. 그래서 불러드렸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노래가 결혼할 때 들은 축가다. 요즘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 그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 지금 힘들지만 결혼 당시 마음을 갖고 남편과 잘 지내보겠다’고.”

이러한 일들로 인해 노 단장은 “제가 클래식으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보다 오히려 제가 받을 때가 많다며, 그 덕분에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400회 특별공연은 21일 오후 7시 신촌 스타광장 특설 무대에서 진행된다. 400회를 념해 ‘러브 인씨엠 거리공연 - 일반인과 함께 부르는 클래식 듀엣 공연’을 개최한다.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순수 아마추어 관객을 즉석에서 초청하여 깐소네, 오페라, 팝송 및 대중가요 등을 선정하여 함께 부를 예정이다.

400회 공연을 맞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거리로 나가 노래하겠다 한다. 그의 꿈은 길거리 공연 1000회를 채우는 것. 그는 한결같이 말한다. "목소리 여건만 허락한다면 몸이 부서지더라도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그의 고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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