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상대로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집안에 현금을 보관케 하고 이를 가져가는 수법을 쓰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특수절도)로 김모(29)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 등은 전국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총 9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절도 행각을 벌여 2억10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의 시작은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로부터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 우체국 등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
'인적사항을 도용해 신용카드를 만들려는 시도가 확인됐다. 피해가 우려되니 예금을 찾아 집에 보관해 놓으라'는 내용이었다.
김씨 등은 중국 콜센터의 전화를 받고 피해자가 집에 현금을 보관해 놓으면 다시 전화를 걸어 "밖에서 만나자"며 유인했다.
그 사이 대기하던 다른 조직원이 집에 들어가 현금을 훔친 뒤 미리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훔친 현금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에게 송금됐고, 김씨 등은 수수료 10%를 챙겼다.
피해자 대부분은 70세 이상 노인이었다. 이 가운데 경주에 사는 50대 남성은 이런 수법에 당해 5500만원을 도난 당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8일 금융기관 직원으로부터 "할머니가 찾아와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려는데 보이스피싱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피해자는 오전에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고 현금 2700만원을 인출해 집안 전자레인지에 보관했는데,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피해자 집 주변 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한 뒤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피해자는 대부분 70, 80대 노인들이었다"며 "금융기관 직원들은 노인이 거액의 현금을 찾는 경우 사용처 등을 확인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