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중견수 김준완 (자료사진 제공=NC 다이노스)
가을야구의 흐름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역동적이다. 때로는 호수비 하나가 경기의 흐름 전체를 바꿔놓기도 한다. NC 다이노스의 중견수 김준완이 증명했다.
김준완은 1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가 2-4로 뒤진 4회말 2사 1,3루에서 민병헌이 때린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아마도 많은 팬들은 맞는 순간 안타를 직감했을 것이다. 잘 맞았고 코스도 좋았다. 김준완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공을 쫓다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1루 관중석은 순간 침묵에 빠졌고 두산의 주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멈췄다.
만약 김준완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스코어가 2-6으로 벌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NC는 민병헌 타석 때 선발 장현식을 내리고 그동안 선발투수로 뛰었던 맨쉽을 기용하는 과감한 수를 뒀다. 모든 게 무너질 뻔 했다.
김준완의 호수비 이후 NC 덕아웃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오히려 NC가 2득점을 올린 것과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김준완에게 운도 따라줬다. 1사 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간 김준완은 나성범의 중전안타 때 3루로 뛰다가 마음을 바꿨다. 이때 두산 중견수 박건우가 황급히 2루로 공을 뿌려 김준완을 잡아내려고 했으나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다.
이어 박민우의 1루 땅볼 때 오재일의 실책이 나와 만루가 됐고 스크럭스는 니퍼트를 무너드리는 좌월 만루홈런으로 단숨에 스코어를 6-4로 뒤집었다.
직구를 자신있게 뿌렸던 경기 초반과 달리 직구 구속이 낮아지는 등 니퍼트는 구위가 떨어져가고 있었고 때마침 NC 타자들은 2점차 열세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김준완이 바꿔놓은 분위기가 그랬다.
NC는 6-5로 쫓긴 6회말 위기에 몰렸다. 2사 2루 득점권 기회에서 민병헌이 우중간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우익수 나성범이 타구를 쫓아가다 갑자기 주저앉았다. 이때 김준완이 나성범 쪽으로 몸을 던져 타구를 잡았다. 또 한번 실점 위기를 막는 호수비였다.
김준완이 포스트시즌에서 또 잠실 무대에서 투수를 환하게 웃게 한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준완은 지난해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팀이 0-1로 뒤진 3회말 2사 1,3루에서 눈부신 호수비를 펼쳤다. 김용의가 띄운 타구가 키스톤 콤비를 넘어 중견수 앞에 떨어질 것처럼 보였으나 김준완이 앞으로 달려나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김준완은 가을 무대에서 공격보다 수비로 더 주목받는 선수였다. 그런데 김경문 NC 감독은 지난 1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김준완을 전격 선발 기용됐다. 이전까지 가을무대에서 통산 13경기 9타석 출전에 그쳤던 그다.
하지만 김준완은 롯데를 상대로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1타점을 올려 9-0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경문 감독은 "(중견수) 김성욱이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싸우는데 있어서는 김준완이 조금 더 위"라며 김준완을 선발 출전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통해 김준완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보통 이상의 능력은 물론이고 투지까지 갖춘 선수라는 게 확인됐다.
NC는 6-5로 앞선 8회초 대거 7점을 뽑았고 결국 13-5로 1차전 승리를 차지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치러 다소 불리한 입장이었다. 역대 3선승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1.5%. 김준완의 호수비에서 시작된 NC의 반격은 시리즈 승부의 흐름마저 바꿔놓았다.
역전 결승 만루홈런 등 5타점을 쓸어담은 스크럭스가 단연 돋보인 NC 타자였지만 3타수 1안타 1볼넷 멀티 출루에 2득점 그리고 NC의 최대 위기를 막아낸 김준완은 '신스틸러'를 넘어 1차전 승리의 주인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