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모호한 중도성'으로 대선 패배의 고배를 마셨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연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며 강한 야당 대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로 존재감을 부각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강(强)철수' 이미지로 바닥에 머물러 있는 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애매모호' 이미지 탈피 "나부터 달라지겠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옹호 발언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직격탄은 날렸다.
여당에게는 "여당 대표는 대법원장 인준을 앞두고 변하겠다더니 이젠 (야당에게) 법도 모르는 의원들이라고 한다"며 "패권 본색 드러내면서 어울리지도 않는 협치를 입에도 올리지 말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린 것을 두고는 "트럼프 따라 하기 같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연대 제안에 대해서는 "협치나 연정으로 말장난하는 것"이라며 "장난질을 멈추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같은 직설 화법은 그동안 안 대표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치적 메시지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7월 대선 증거조작 사건때는 15일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애매한 입장만 밝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안 대표의 확 바뀐 모습은 그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 본인이 사석에서 '나부터 달라지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그동안 메시지가 모호하고 학자적 비유를 자주 들었다는 주변의 지적을 대표가 수용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 "문재인 스토커같아" 文 비난 효과 아직은 '미비'하지만 안 대표의 명료하고 강한 메시지가 모두 문재인 대통령 저격용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표방해 온 대안정당 이미지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0.8%P올라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0.9%P 올라 50.6%를 기록했지만, 국민의당은 1.7%P 하락해 4.9%를 나타냈다.
한 초선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요새 하는 걸 보면 마치 문재인 스토커같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변신이 당 지지율 상승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 핵심 관계자는 "명료한 워딩으로 승부내려고 하지만 우일식 디지털소통위원장의 '지롤' 발언으로국민의당이 온라인상에서 미운털이 박히면서 메시지가 잘 전파되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적페청산을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당 지지율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지금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적폐청산과 반대 세력이라는 두 개 세력으로 나뉜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제 역할을 하다보면 두 진영의 지지율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