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사진 우측에서 두번째)이 이끄는 NC 다이노스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누르고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했다 (사진 제공=NC 다이노스)
"장현식은 선발투수입니다"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끝난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은 토너먼트나 다름 없는 단판 승부였다. 두팀 모두 총력전을 다짐한 가운데 김경문 NC 감독은 최선을 다하면서도 지키고 싶은 기준이 있었다.
NC의 '영건' 장현식은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사직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종 5차전을 앞두고 5일 휴식을 취했다. 내일이 없는 마지막 승부. 5차전 선발은 듬직한 해커였지만 NC는 만약을 대비해 장현식을 불펜에 대기시킬 수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질문에 "장현식은 선발투수"라며 "우리 불펜을 활용해 이겨야 한다. 선발투수가 잘했다고 해서 불펜으로 기용한다면 그 다음에 불펜투수들에게 잘 막아서 이기자고 할 수가 없다. 우리 불펜으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NC는 5차전에서 롯데에 9-0 완승을 거뒀다. 해커는 6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타자들은 5회초에 대거 7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비교적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 이민호, 원종현, 임창민 등 주축 불펜투수 3명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실점없이 남은 아웃카운트를 모두 처리했다. 김경문 감독의 바람대로 NC 불펜은 흔들림 없이 승리를 지켰다.
원종현의 등판은 다소 의외였다. 원종현은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NC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릴 때마다 등판했다. 5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라 '개근' 도장을 찍었다.
이유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진 경기에서 맞은 게 있으니까 좋은 기분으로 막고 좋은 분위기로 플레이오프로 갔으면 하는 생각에 기용했다"고 밝혔다.
원종현은 지난 마산 4차전 5회초 승부처에서 투입됐으나 손아섭에게 3점홈런을 허용하는 등 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원종현이 아쉬운 기억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도록 여유있는 점수차에서 기용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면서 올시즌 선발투수로 성장한 장현식과 불펜진에 대한 믿음을 과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달성했을뿐만 아니라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기초 설계까지 마쳤다.
5차전에서 꺼내든 리드오프 김준완 카드는 성공했다. 박석민이 담 증세로 결장한 가운데 모창민과 이호준을 한꺼번에 라인업에 포함시킨 공격적인 시도 역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노진혁을 깜짝 스타로 만든 마산 3차전에서의 판단력은 이번 시리즈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였다.
가을야구의 베테랑 사령탑은 역시 뭔가 달랐다. 선수들은 더욱 큰 자신감을 갖고 다음 라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