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방관이 응급 환자를 태우고 만취 상태로 구급차를 몰다 적발된 가운데 소방당국이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도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사실상 음주운전을 방치한 것이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서귀포소방서 중문119센터 김모(49) 소방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밤 11시쯤 혈중알코올농도 0.166%의 만취 상태로 구급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밤 10시 57분쯤 서귀포시 회수사거리에서 복통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요원 소방위 B씨와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문제는 당시 동승자였던 B씨가 김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 센터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B씨는 구급차에 탑승하고 난 뒤 김씨의 음주 사실을 인지해 보고했고 센터는 신고 발생 지점으로 펌프차를 보냈다.
펌프차는 9분 뒤인 밤 11시 9분쯤 복통 환자가 발생한 지점에 도착했지만, 김씨는 곧바로 환자를 태우고 서귀포의료원으로 향했다.
펌프차가 관할을 벗어날 경우 화재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펌프차는 구급차를 따라갈 수 없었고, 결국 김씨는 방치됐다.
만취 상태였던 김씨는 20여분을 운전해 이날 밤 11시 28분쯤 서귀포의료원에 도착했다.
김씨의 음주 사실은 응급 환자의 보호자가 구급차를 뒤쫓다 비틀 거리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하며 들통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중문119센터에 복귀한 김씨를 적발했다.
경찰조사결과 김씨가 만취 상태로 음주 운전한 거리는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소방서 관계자는 "동승자였던 구급요원이 여성이어서 제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서귀포의료원에 도착해 센터로 복귀할 때는 구급요원이 운전을 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김씨의 음주 행위 등을 조사 중이며 직위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편의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