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일부 급식 업체가 학교급식 납품 계약을 따내기 위해 유령업체를 이용해 입찰에 중복 참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대전CBS의 보도와 관련해 경찰 등 수사기관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불법 급식 업체 일부를 적발해 조사하고 있으며 수십 곳의 급식 업체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 CBS 노컷뉴스 17. 10. 12 대전 학교급식, '유령업체' 세워 중복 입찰 의혹)◇경찰, 유령업체 이용 불법 납품 수사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서부경찰서는 유령회사를 이용해 학교급식 입찰에 중복으로 참여하는 수법으로 계약을 따낸 뒤 불법으로 식자재를 납품한 업체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업체 일부 또는 대다수가 입찰에서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친·인척이나 직원을 유령업체의 '바지사장'으로 올려놓고 학교급식에 중복 입찰해 계약을 따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령업체가 낙찰을 받으면 다른 곳에서 가공한 식자재를 가져와 상호만 바꿔 납품하는 수법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낙찰받은 업체는 해당 업체 작업장에서 가공과 제조를 완료한 뒤 배송까지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해진 곳에서 작업하지 않으면 유통기한 일지와 원산지를 바꾸는 등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를 확대 중인 경찰은 최근 이런 수법으로 식자재를 납품한 대전지역 급식업체 3곳을 적발하고 윤모(25) 씨 등 각 업체 대표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지인 사이인 이들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의 식재료 공급 전자입찰에서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연합을 맺고 낙찰받은 업체가 아닌 윤 씨의 업체에서 식재료를 가공하고 배달했다.
학교에는 윤 씨가 운영 중인 업체의 이름이 아닌 낙찰 받은 업체의 로고가 붙은 식자재 박스가 배달됐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납품한 학교는 대전지역 초·중·고 15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허가만 받아놓고 실제 운영은 안 하는 이른바 유령업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곳이 한 번에 입찰에 뛰어들면 낙찰률을 높일 수 있고 윤 씨 업체 한 곳만 운영해 인건비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씨 업체는 축산물 가공을 하는 과정에서 작업 일지를 작성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축산물 업체는 작업 일자, 업체명, 유통기한 등을 적는 작업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 배달된 식자재 박스가 윤 씨 업체명으로 납품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일지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특사경, 대전 전 축산물 급식 업체 수사 착수대전시 특별사법경찰도 대전의 전 축산물 급식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에는 약 60여 개의 축산물 급식 업체가 존재하는데 특사경은 업체의 전체 명단을 확보해 불법 납품 의혹 수사에 들어갔다.
특사경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다른 업체 제품을 자신들의 것인 것처럼 박스만 바꾸는 '박스갈이' 납품"이라며 "다음 달까지 수사를 진행한 뒤 12월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전CBS는 대전 일부 또는 대다수 급식 업체가 납품 계약을 따내기 위해 유령회사를 세우거나 이용해 입찰에 중복 참여해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