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뉴스룸' 방송 화면 갈무리)
3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남한산성'의 원작자인 소설가 김훈에게 JTBC '뉴스룸' 앵커 손석희가 난감한 질문을 던졌다.
"김상헌이냐, 최명길이냐?"조선 인조 14년(1636) 청나라가 침입한 '병자호란'을 다룬 이 작품에서는, 척화파(적이나 상대와 화친하는 것을 거부하는 파) 김상헌(김윤석 분)과 주화파(전쟁을 피하고 화해하거나 평화롭게 지내자고 주장하는 파) 최명길(이병헌 분)의 치열한 논쟁이 비중있게 다뤄진다.
손석희는 지난 12일 밤 방송된 '뉴스룸'에 출연한 김훈에게, 극중 김상헌과 최명길의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김훈은 "참 괴로운 질문인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서 과거에 붙어가지고 종9품이라도 돼서 임금을 따라 그 성(남한산성) 안에 들어갔다면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이었을까 싶었다. 그걸 생각하면 아무 해답은 안 나오고 등에서 진땀만 나는 거다. 다만 그로부터 400년 후에 태어난 운명을 고맙게 생각할 뿐이다."
이어 "나는 김상헌과 최명길이 적대하는 양 극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400년 역대 세월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역사를 돌아볼 때 생기는 여유로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에서는 잘 표현됐더라. 임금은 최명길의 길을 따라갔지만, 거기는 김상헌이라는 사람이 없다면 조선이라는 구도와 국가는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까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이지, 그것이 양 극단의 적대세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한미동맹, 우리 민족에게 영원히 유효한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방송에서 손석희는 사드 배치, 북핵 문제 등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한국의 현실을 지목하며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외교적 상황, 이런 것도 염두에 두면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다.
김훈은 "그때 조선은 명나라에 의존해서 살았다. 그런데 조선과 명나라의 관계는 말하자면 지금의 한미동맹 같았을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한미동맹에 의존해서 살고 한 시대를 버티는 거잖나. 그래서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한반도에서 영원히 유효한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점점 변화하고 진보해야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를 보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면서 보니까. 아니, 명나라와의 관계, 청나라와의 관계를 보니까. 이것이 진화하지 않으면 결국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지 않나 싶은 하는 걱정이 최근에 들었다."
그는 "그런데 이것은 걱정이지, 그럼 그걸 어떻게 하느냐"며 "대안을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훈은 이날 인터뷰 초반,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정권 청와대가 첫 보고시점을 30분 뒤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 소식을 오늘 여기 스튜디오 나오면서 자동차 라디오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또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발단부터가 허위였으니까"라고 진단했다.
그는 "참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고 이제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들어가 계신 분들이 있잖나"라며 "(박근혜정권 당시) 청와대 수뇌부들이 이제는 자기 조국에 대한 마지막 예의와 마지막 염치, 그리고 자기네들을 고관대작으로 만들어준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절로써 모든 것을 다 자백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