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 대책위원회가 제주도청 정문 건너편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자료사진)
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나서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협의는 커녕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성산읍대책위)는 지난 10일부터 제주 제2공항 재검토와 절차적 투명성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부지선정 부실 용역을 비롯해 주민 협의가 없었던 점, 안개·풍속 등 기상조건 적합성 논란, 오름 절취 문제 등을 제기해 왔다.
성산읍대책위는 "지역주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제주도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며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우리 지역주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에도 농성을 시작했다는 것은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농성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행정당국은 천막농성장을 10월 17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발부했다"며 "이는 대화도 없이 우선 겁주기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행정을 맹비난했다.
농성장에 보내진 계고장 (사진=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계고장에는 주민들의 천막이 "보행 및 교통소통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방치함은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된다"고 적시돼 있다.
대책위는 "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인도 안쪽으로 천막을 설치해 통행과 소통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현장상황이 어떤지 파악도 하지 않고, 대책위와 대화도 없었다"며 "이것이 주민과의 무한 소통을 하겠다는 원희룡도정이 주민들과 대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농성은 국회와 문재인대통령이 제2공항 추진의 전제로 제시한 절차적 투명성과 주민과의 상생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며 "정상적인 도정이라면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했지만, 제주도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발송해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성산읍대책위는 "주민의 민주주의적 의사표현에 대해 먼저 귀 기울여할 행정이 주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도 묻지도 듣지도 않은 채 철거를 먼저 거론하는 것은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정부의 철학과는 거리가 먼 불통독재행정이며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성산읍 반대위는 "이대로 당하지만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천막이 찢기며 강제로 내쫓기더라도 우리는 열 번 백번 도청 앞에 천막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