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노인 1명당 160만원 챙겨요" 돈벌이로 전락한 노인요양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시장에만 의존한 저질 노인 복지…"공공영역 늘려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혼자서는 생활하기 힘든 노인을 위한 노인요양시설이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태생부터 시장에 맡겨진 제도상의 문제로 장기노인요양 시설은 '복지'가 아닌 '사업'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정부가 2018년에 노인 관련 예산을 18%까지 증액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요양시설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는 세금으로 운영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아파트 평수 따지듯' 노인 명수 따라 수익 흥정

각 인터넷포털 사이트에서 '노인요양원 매매'를 검색해 보면 요양원 매매를 전문으로하는 사이트 광고를 비롯해 이미 매물로 나온 요양원 소개, 매매 방법 등이 빼곡히 등장한다.

일반 부동산 매매와 다를 바 없이 이미 노인요양원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한 사이트에서는 1500개가 넘는 요양원들이 적게는 수 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마치 아파트 평수 따지 듯 수용인원에 따라 가격이 매겨졌다.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 "20억 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20억 원이면 경기도에 40명 수용 규모의 요양원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이 연 3000만원 정도 된다"고 흥정을 걸어오는가 하면 "노인당 평균 160만원을 챙긴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노인요양원 운영이 이미 수익률을 최우선으로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 정부지원 연 2.2조…'돈벌이 된다' 입소문에 우후죽순 설립

노인요양원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은 천문학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비용 80%를 부담한다. 그 비용은 연간 2조 2000여억원에 이른다.

지난 해 기준 1인 당 월 지급액은 병세가 가장 심한 1급의 경우 월 140여만원, 2급은 130여만원, 3~5급은 12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렇게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지만 현행법상 요양시설은 요건만 맞추면 쉽게 설립하고 심지어는 쉽게 사고 팔 수도 있다.

거기에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노인요양시설들은 장기요양법이 만들어진 2008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건보공단에서 발간한 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전국 노인요양시설(공동생활가정 포함)의 수는 5187개에 이른다. 이는 법이 생긴 2008년 1244(건강보험정책연구 '장기요양기관 운영현황과 과제')개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 "식대 빼돌리고, 직원 허위등록" 돈벌이 넘어 각종 비리까지

이처럼 요양원 수가 급증하며 노인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돈벌이를 넘어 수익율을 높이기위한 각종 비리까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노인요양원 시설장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시설장 박모(64) 씨는 조리사로 근무한 A씨를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고 속이고, 요양보호사로 근무한 사실이 없는 B씨가 74시간을 일한 것처럼 조작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로 신고해 돈을 타냈다.

3년 전 요양시설에 대한 보건복지부 감사에선 665개 기관에서 178억원의 부당청구 사례들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지난 8월 보조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감사결과 대거 적발돼 8억여원을 환수조치하기도 했다.

2년 전까지 경기도에서 요양원을 직접 운영했다는 A 씨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식대를 빼돌리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이야기한다.

A 씨는 "자신이 처음 원하던 수익이 나지 않자, 급식비에서라도 돈을 떼어 먹게 되더라"면서 "회계자료를 맞춰서 급식비 일부를 전용해 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요양의 질도 떨어지기 일수다. 경기도에서 4년동안 요양사로 일하고 있는 B(52) 씨는 "급식비를 줄이면서 어르신들의 식사가 너무 부실했다"면서 "일부 어르신들은 집에 간식을 사와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저귀도 아낀다"며 "일지 상에 기록한 사용 기저귀 수보다 1일인당 1-2개 씩 적게 쓴다"고 토로했다.

◇ 복지는 사라지고 돈 벌 궁리만..."공적 개입 필요"

전문가들은 노인요양시설이 제대로된 준비없이 바로 시장에 내맡겨지면서 벌어진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민성 사회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모든 문제들이 요양원을 돈 벌이로 보면서 생긴 문제"라며 "복지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돈을 어떻게 남길까의 고민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보다 구체적인 규제를 통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격증과 시설의 규모만 볼게 아니라, 요양원 운영 주체의 경력을 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허가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호주의 경우처럼 지역별 총량제를 둬 요양원 과공급현상을 해결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참에 요양서비스 공급 주체를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중인 사회서비스공단처럼 지금까지 민간에 내맡겨져 온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공급해 서비스의 질을 제고해야한다는 것이다.

지역 불균형 문제도 지적됐다. 전 교수는 "요양시설은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몰려있고 정작 필요한 농어촌에는 없는 실정"이라며 "공적 공급을 늘려 복지의 형평성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