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는 27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대표 만찬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전략자산 상시배치와 군사적 옵션 검토, 전술핵배치, 대북특사 등 안보 현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도 회동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번 만찬에 배석한 여야 4당의 대변인들은 국회로 돌아와 각각 브리핑을 열고 이번 회동에 대한 내용들을 전했다.
◇ "美 전략자산 순환상시배치 연말 가능"
여야4당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전략 자산의 순환·상시 배치 확대에 대해서 명문화했다"며 "그래서 연말부터 (미국 전략자산)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시 배치를 한다는 의미는 북한 도발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략자산으로는 핵항공모함 '레이건호'나 'B-1B랜서' 등 적지의 일정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들로, 그동안 북한 도발시에만 한반도에 잠시 머물렀다.
◇ 정의용 안보실장 "美, 북한 군사적 옵션 검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에게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우발적 사고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군사적 옵션이 의제화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그래서 대북 압박을 철저히 하되 대화 여지는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도 그 부분에 동의한다"고 했다.
◇ 文 "전술핵 논의 부적절"…"安도 같은 생각"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전술핵을 지금 도입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전술핵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과 안 대표의 생각이 거의 같았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동원해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한다면, 미국이 그런 협박까지 감수하면서 우리나라를 지켜줄 것인지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핵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전혀 엇박자가 없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한반도에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25만명의 미국 국민들이 살고 있다. 미국에서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 文 "시기가 오면 대북특사 추진할 것"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적극적으로 대북 특사 파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기와 조건이 아직 맞지 않는다"며 "한미공조가 중요한 상황에서 대북특사를 보내는 것이 적절한 시점인지 고민이라며 시기가 올 것이고 그 시기가 오면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사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여야4당대표 공동 합의문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가 마지막에 이견이 생겨 빠지게 됐다.
◇ "적폐청산 정치보복 아냐…비리사건 수사는 못 막아"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적폐청산이 국민의 단합을 저해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이 '정치보복'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나도 정치보복을 경험해봤을 뿐만 아니라 체질적으로도 정치보복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전 정부에 대해 기획사정을 해서는 안 된다. 정치보복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별 비리사건이 불거지는데, 수사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주장하는 적폐청산은 개인에 대한 책임이나 처벌 같은 것이 아니라 불공정.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적폐청산의 취지를 거듭 설명했다.
◇ 유감·양해…고개숙인 文
문 대통령은 논란이 됐던 인사 실패와 정부 안보라인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었던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인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다"며 "조각이 끝나는 대로 인사 세부원칙이 발표될 예정인데, 그게 마련되면 시행착오를 극복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안보라인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4개월 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다. 부족함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가 "안보팀 사이에 서로 다른 이야기가 오가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안보라인에서 일치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조언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에서 일련의 목소리가 모두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통일부는 대화를, 국방부는 압박을, 또 외교부는 외교부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면서 긍정적인 힘이 발휘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대통령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다르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왜 '전략'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사실상 안보라인을 교체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투트랙' 여야정협의체…"한국당도 논의하도록 협조 부탁"
여야정 상설 협의체에 대해서는 '투트랙' 운영방식으로 이야기고 오갔다.
안보, 외교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여야정 협의체를 주도하고, 국내 현안이나 정책 등은 국회가 주도해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말미에 "결국 5당 대표가 모두 모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문 대통령도 "자유한국당도 논의할 수 있는 노력을 국회에서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 투옥 중인 한상균에 文 "저도 눈에 밟힌다"
이정미 대표는 "노동개악 양대 지침 폐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감옥에 있다는 것까지만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저도 눈에 밟힌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