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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밀가루'에 고작 벌금 천만원? 내부고발 후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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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밀가루 1심, 벌금 1천만원
- '굳고·썩고·쥐·벌레' 제보 사실로
- 솜방망이 처벌기준, 국민들 용납할까
- 생계도 포기하고 내부고발했는데…
- 결과에 절망… "나라 떠나고 싶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공익제보자(익명)

 

작년 봄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이른바 ‘썩은 밀가루 사건’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국내 유일의 소맥전분 회사죠. 그러니까 라면, 과자, 맥주, 어묵. 이런 국산 소맥전분을 이용하는 제품은 모두 이 회사의 전분을 쓰는 건데요. 그런 큰 회사에서 썩은 밀가루를 원료로 투입한 사실이 내부 제보자 증언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던 겁니다. 저희 뉴스쇼에서도 이 제보자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요. 그 당시 그 인터뷰 잠깐 먼저 듣겠습니다.

(제보자) "밀가루를 야적을 하는데 특히 약하기 때문에 딱딱하게 굳게 되면 그게 썩게 되거든요."
(김현정) "썩는다?"
(제보자) "몇만 톤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식품이다 보니까 쥐가 일단 먹으러 들어갈 거고 바구미는 기본적으로 생기거든요. 추우니까 뱀이 월동을 하게 돼요."
(김현정) "뱀이요?"
(제보자) "네, 제가 직접 눈으로 목격을 했거든요."

벌레, 쥐, 뱀이 나오고… 썩은 밀가루, 굳은 밀가루 이런 것들이 들어가서 원료로 쓰였다.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지난 8일에 1심 선고가 내려졌는데 회사 측에 벌금 1000만 원이 내려졌답니다. 이 결과를 들은 제보자가 저희에게 다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썩은 밀가루 회사의 내부 제보자 다시 한 번 연결을 해 보죠. 그 당시는 음성변조를 요청하셨었는데요. 이번에는 음성변조 없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네요. 연결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공익제보자> 안녕하세요. 참 웃음밖에 안 나오는 일이 생겼네요. 그래서 이렇게 전화통화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저희는 사실 잊고 있었는데 저희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 이 1심 선고는 어떻게 지역언론에 보도가 돼서 아셨습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 공익제보자> 아니요. 늘 관심을 갖고 있다가 법원에 전화를 해서 얘기를 들으니까 벌금 1000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선생님이 그러니까 처음 확인을 하시고 저희 뉴스쇼한테 처음 제보를 해 주신 거군요, 이 결과도?

◆ 공익제보자> 그렇게 되는 거죠.

제보 당시 사진

 

◇ 김현정> 이 1심 결과 벌금 1000만 원. 국민들한테 처음으로 오늘 이 시간에 발표를 해 드리는 셈인데. 벌금 1000만 원 또 썩은 밀가루를 투입했던 직원 4명은 모두 집행유예 맞습니까?

◆ 공익제보자> (웃음)

◇ 김현정> 왜 웃으세요?

◆ 공익제보자> (웃음) 아니, 음주운전해서 법원에 가면 1200만 원 벌금 두드려 맞는데 1000만 원이… 음주운전보다 못하다는 게 정말 웃기네요.

◇ 김현정> 음주운전보다도 못한 금액?

◆ 공익제보자> 음주운전도 1200만 원 벌금 때리면서... 참 재미있는 건데.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대국민 상대로 지금 썩은 밀가루를 이용해서 전분 만들어서 몇 백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벌금 1000만 원이면 지나가는 개가 그러겠네요. 아이고, 골 때린다고.

◇ 김현정> 지금 너무 기가 막혀서 웃으시는 거군요, 그러니까.

◆ 공익제보자> 웃기죠. 이거 음주운전한 거예요, 1000만 원 벌금짜리?

◇ 김현정> 아니, 혹시. 혹시 선생님, 제보자가 주장하신 그 문제점들이 인정이 안 돼서 그런 건 아닌 건가요?

◆ 공익제보자> 다 받았어요.

◇ 김현정> 다 받았어요? 그러면 소맥전분의 주재료가 밀가루인데 썩은 밀가루를 넣었다. 이거 인정됐습니까?

◆ 공익제보자> 네네.

◇ 김현정> 굳은 밀가루를 발로 밟고 망치로 부수고 이렇게 해서 넣었다는 것도 인정이 됐어요?

◆ 공익제보자> 네.

◇ 김현정> 그것도? 야외에 쌓아놓은 그 밀가루에서 쥐가 나왔다. 이게 상당히 충격적인 거였는데 이것도 인정이 됐습니까?

◆ 공익제보자> 네, 그 쥐가 돌아다니는 거 잡아서 사진을 찍었죠.

◇ 김현정> 쥐가 그 밀가루 사이로. 밀가루가 어떻게 보관이 돼 있기에 쥐가 막 돌아다닐 수가 있습니까?

◆ 공익제보자> 야적을 했기 때문에 쥐가 먹으려고. 쥐들이 배고프니까 먹어야죠. 그러니까 먹으러 들어갔겠죠. 거기에서 새끼도 낳고 살림을 차린 거죠.

◇ 김현정> 그거 인정이 됐어요? 업체 측에서는 쥐 사진도 조작이냐 아니냐, 이런 얘기도 했었데. 법원은 증거로 인정을 했군요?

◆ 공익제보자> 네.

◇ 김현정> 그렇게 됐군요. 벌레도 많았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것도 인정이 됐고요?

◆ 공익제보자> 네네.

◇ 김현정> 뱀도 봤다. 내가 이건 사진은 못 찍었지만 보기는 봤다 했는데 이건 인정됐습니까?

◆ 공익제보자> 그건 인정이 안 됐어요.

◇ 김현정> 뱀은 사진이 없기 때문에?

◆ 공익제보자> 네.

◇ 김현정> 목격하신 건 확실해요?

◆ 공익제보자> 네, 뱀이 말랐더라고요. 말라서 부스러질 정도로 말랐더라고요.

◇ 김현정> 여하튼 뱀 하나 빼고는 다 인정받은 건데 그 당시 회사 측에서는 이거 다 부인했던 건데 유죄 인정이 된 거네요.

◆ 공익제보자>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죠? 거기다가 증거인멸 혐의까지 인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벌금은 고작 1000만 원. 게다가 관련 직원은 전원 집행유예. 처음 이 소식을 딱 듣고는 어떠셨어요?

◆ 공익제보자> 이거 참 이 나라를 떠나야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나라를 떠나야지 된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러냐 하면 소망이 없더라고요, 소망이.

◇ 김현정> 소망이?

◆ 공익제보자> 네. 이게 음주운전하는 데도 1000만 원 벌금 맞는데 이거는 대국민을 상대로 이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을 했는데도 1000만 원이면... 글쎄요, 저는 내일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서 앞에서 왔다갔다 하고 술 마시고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생각까지. 이 회사가 1년에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는 회사죠?

◆ 공익제보자> 200억 이상으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200억 이상. 그럼 뭐 1000만 원은 상당히 가벼운 처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법원의 양형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가 판결문을 입수해서 다 읽어봤더니요. “식품보관 및 원료사용에 있어서 위반행위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제조, 판매한 완제품 자체는 식품공정상의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하므로” 그래서 처벌이 이 정도 내려진다. 썩은 밀가루 썼고 굳은 밀가루 썼고, 뭐 벌레도 나오고 부실하게 관리한 거 맞지만 어쨌든 완제품, 나중에 소맥전분으로 나온 그 제품에는 하자가 없지 않느냐. 이런 이유였다고 합니다.

◆ 공익제보자> 그게 원료가 그러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가지고 원료를 만들어야 되는 게 정상인데. 제품이 그렇게 나왔다, 그래서 그렇게 양형이 돼야 되는 건가 저는 반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원료가 나쁜데 어떻게 좋은 제품이 나올 수가 있죠? 다수를 상대로 한 식품은 분명히 좀 엄격한 잣대가 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재료부터?

◆ 공익제보자> 네. 그거 무슨 식품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속으로 저는 국민들이 모르고 먹는 건데 저거 저렇게 해서 저는 엄벌에 처해야 된다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엄벌에 처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출도 엄청난 기업이 고작 1000만 원 벌금이라는 건 국민들께서 이해를 하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해를 못하겠는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 김현정> 과연 국민 정서에 이게 용납이 되는 것이냐, 이 말씀이신데. 이 밀가루를 원료로 해서 소맥전분이라는 걸 만드는 회사였잖아요. 소맥 전분이라는 게 어떤 거죠?

◆ 공익제보자> 그러니까 소맥전분은 밀가루에서 글루텐을 빼고 난 게 소맥전분이에요.

◇ 김현정> 그걸로 뭘 만듭니까, 그 소맥전분 이용해서?

◆ 공익제보자> 맥주, 라면, 과자, 소시지, 어묵 그리고 심지어는 자장면에 넣을 때도 있고 그렇게 알고 있어요.

◇ 김현정> 그 소맥전분을 만드는 곳이 우리나라에서 딱 이 회사 하나라는 거죠.

◆ 공익제보자> 네.

◇ 김현정>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던 사건인데 이렇게 결과가 1심 결과가 나왔군요. 회사 측에서는 이것도 또 항소를 했네요?

◆ 공익제보자> 항소를요?

◇ 김현정> 네.

◆ 공익제보자> 대박이네요. 항소를요?

◇ 김현정> 이 소식은 못 들으셨나 보군요. 항소를 또 했답니다.

◆ 공익제보자> 무죄 판정을 받고 싶었나 봐요. 굳이 무죄 판정 받아서. 할 말이 별로 없네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게 참 저도 상식적으로 아닌 것 같아서 제보를 했지만 진짜 비상식이네요, 되게 비상식.

◇ 김현정> 그때 국가권익위에 다가 제보하고 나서 회사 그만두셨죠?

◆ 공익제보자> 네.

◇ 김현정>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 공익제보자> 노가다판 가서 일도 좀 해 본 적 있었고. 그리고 조그만 영농회사에 들어갔는데 너무 적자가 심하다고 나가라고 해서 실업자 상태로 있습니다.

◇ 김현정> 실업 상태로.

◆ 공익제보자> 그리고 실업급여 받고 있고요.

◇ 김현정> 실업급여 받으면서 살아가시는... 근근이 살아가시네요, 그냥. 잘 다니던 직장 포기하고 이렇게 제보를 했는데. 뭐랄까요? 좀 만족스럽지 않은 가벼운 처벌이 나와서 더 절망감을 느끼실 것 같아요.

◆ 공익제보자> 좀 황당합니다. 공익제보는 절대로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공익제보 하게 되면 판결도 이렇게 솜방망이로 나올 거 뻔하고. 그러면 결과적으로 피해는 제보자가 전부 다 안게 된 건데.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 김현정> 후회를 지금 하고 계시는군요?

◆ 공익제보자> 많이 후회했어요. 만약에 그런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저는 절대 제보 안 해요. 편하게 살아야지. 가족 부양하고 살아야 되는데 거기다 제보한다고 해 봤자 어차피 솜방망이이고. 어차피 경제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느니 안 하고 편하게 눈치껏 알아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이게 진짜 굉장히 솔직한 말씀이에요. 얼마나 실망스럽고 얼마나 화가 나면 ‘나 다시 이런 상황에서 제보 안 하련다. 여러분도 하지 마십시오.’ 이게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 이게 참 통탄할 일이네요. 공익제보자가 나 다시는 이런 일 안 합니다라고 후회하게 만드는 이 상황이 정상인 건지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 이제 1심판결 났고, 2심 판결도 어떻게 날지 다시 한 번 저희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그때 다시 연결하겠습니다. 희망 잃지 마시고요.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공익제보자> 네.

◇ 김현정> 썩은 밀가루 사건을 세상에 제보했던 분이죠. 제보자의 목소리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썩은 밀가루" 소맥전분 회사, 솜방망이 처벌 관련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9월 19일 국내 유일의 소맥전분 회사가 썩은 밀가루를 사용해 전분을 생산했고, 법원은 이 회사에 대해 벌금 1천만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소맥전분 회사 측은 썩은 밀가루를 사용한 혐의로 처벌 받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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