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공백 위기 속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위해 정부여당이 함께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야당의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마저 불발돼 직권상정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19일 두번째 의원총회를 열기로 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秋 자존심 굽힌 사과에도 난기류 여전, 한국당 반대로 보고서 채택 불발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자신의 땡깡 발언과 관련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 것은 국민의당의 사과 요구가 있은지 나흘만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부결 직후에 자신의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이 커질 때에도 "사과는 없다"며 강경했던 추 대표는 휴일 사이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 협조를 당부하면서 직접 나서자 태도가 바뀌었다. 주말 사이 당과 청와대 정무라인 사이에 내부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의 사과에 이어 '적폐' 등의 발언을 했던 우원식 원내대표도 함께 유감을 표명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부적격 보고서 채택으로 당청 관계에 엇박 기류가 감지됐던 상황에서 추 대표의 자존심을 굽힌 사과로 당청이 다시 합심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사과의 즉각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추 대표의 심심한 유감표명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사과가 미흡하다"면서 "추 대표에 더 이상 뭔가를 기대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등 '절차'에 협조하겠다고 했을 뿐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당론을 모아가지 않고 자율투표에 맡기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추 대표의 사과가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기술 방식을 빌미로 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하지 않고 있어 사상 초유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 끝나는 만큼 사법부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그 전에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야하는 긴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
▷ 오늘 국민의당 두번째 의총이 분수령, 찬반 기류 포착되나결국 원점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 선택에 따라 김명수 후보자의 판결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대표, 손학규 상임고민 등 당의 핵심 원로들이 사법부 공백을 우려하며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초반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보다 오히려 김 후보자에 대한 당내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연속으로 사법부 수장을 비토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초반에는 반대 기류가 강했지만,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부결로 당이 연속으로 반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원내 지도부가 자율투표 방침을 재확인한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의원들이 정치적 상황보다 개인적 판단에 의해 소신투표할 가능성이 있어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19일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와 관련해 열리는 두번째 의총이다. 이 자리에서 찬반 결론이 나오지는 않지만 토론의 분위기와 방향에 따라 대세가 형성되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김이수 부결에 이은 연속 부결을 막기위해 야당 의원들 개개인을 만나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정무라인과 합심해 스킨십을 늘리고, 낮은 자세로 의원들 한명씩을 설득해 나간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은 한국당 의원이라고 해도 학연 인맥 등을 총동원해서 간절히 설득에 나서고 치밀하게 표계산에 들어가야 한다"며 "명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발벗고 나서서 설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