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김모(32) 씨가 17일 수액 주머니에서 발견한 날벌레 (사진=보호자 제공)
5개월 영아에게 투여되는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돼 병원과 식약처가 조사에 나섰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측은 17일 수액에 들어간 날벌레를 확인하고 해당 벌레가 들어간 경로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내용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료기기 점검과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의 조사와는 별개로 병원 측이 사전에 의료기기를 점검하거나 링거의 투여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조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혹시 감염되진 않았을까"…잦은 채혈에 아이 건강 우려도
가족들은 생후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영아의 건강에 혹시 이상이라도 생기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어머니 김 씨는 "갓난아이라 면역력도 취약한데 혹시 벌레 일부가 몸에 들어가거나 병균이 옮아 감염된 건 아닐까 두렵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서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외할머니 송모(58) 씨는 "날벌레가 음식에만 앉아도 버리는데 벌레가 통째로 담긴 수액이 고스란히 손자 몸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니까 끔찍하다"며 "병원에선 죄송하단 말만 하고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은 감염 우려를 위해 아이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단 입장이지만 가족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14일 요로감염으로 입원하면서 검사 과정에서 이미 신체적으로 부담을 겪고 있다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김 씨는 "처음 입원하면서 채혈을 하고 수면유도제까지 먹었는데 또 피를 뽑아서 아이 몸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라며 "마음 같아선 병원을 옮기고 싶지만 다른 곳에 입원하면 또 피를 뽑아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 14시간 투여된 '벌레 수액'…병원은 그저 사과만이날 아기에게 투여되는 수액은 오전 6시쯤 설치됐고 같은날 오후 8시쯤 벌레가 발견됐다.
투여 과정 중에는 수액 주머니로 벌레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4시간 동안 '벌레 수액'을 그대로 맞은 상황이다.
간호사는 수액이 환자에게 투여되는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지만 제대로 점검을 거치치 않은 것.
이에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에선 처음 발생한 일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 해당 종류의 수액은 사용을 전면 금지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해당 사건이 심각한 의료사고라고 강조한다. 수액에서 눈에 보일정도의 벌레가 나왔다면 다른 오염물질 역시 충분히 섞여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링거액은 심장이나 뇌로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청결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투입 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갔다는 건 다른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