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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리피 "사람들이 제 음악을 아예 안 듣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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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가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래퍼 슬리피(Sleepy·김성원)는 작년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진짜 사나이', '우리 결혼했어요'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 이후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정작 자신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목동 CBS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진 슬리피는 "뮤지션으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슬리피는 디액션(D.Action·박경욱)과 힙합듀오 언터쳐블로 활동하며 음원차트 정상의 공기를 여러 차례 맡아 본 래퍼다. '텔 미 와이(Tell Me Why)', '잇츠 오케이(It's Okay)', '오(Oh)', '가슴에 살아' 등의 곡으로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슬리피는 당시를 떠올리며 "언터쳐블이 현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의 개국 공신이다. 우리가 번 돈으로 걸그룹 시크릿을 제작했다고 봐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솔로 활동을 병행한 이후에도 성적이 꽤 좋았다. 송지은과 함께 부른 '쿨밤'으로 차트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예능 출연이 독이 됐다. 어느새 슬리피 하면 '래퍼' 보다 '슬좀비', '허당' 같은 키워드가 먼저 떠오를 정도가 됐고 올봄 발표한 곡은 처음으로 '차트 인'조차 하지 못했다.

"제 신곡이 음원 사이트 메인에 걸려 있어도 클릭 자체를 하기 싫은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각종 힙합 페스티벌에서는 저를 아예 불러주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고요.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이 들었고 위기의식을 절실히 느꼈어요."

반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엠넷 래퍼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시즌6에 '참가자'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0년대 중후반 국내 힙합씬의 한 축을 담당한 힙합크루 지기펠라즈 출신이자 언터쳐블로, 솔로 래퍼로 가요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슬리피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힘든 결정을 했다.

"올해 초부터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했는데 '나가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더라고요. 너무 긴장돼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점도 보러 갔어요. (웃음). 하루하루 생각이 바뀌었을 정도로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에게 래퍼 슬리피의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비록 4차 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슬리피는 '예능인'이 아닌 '래퍼'로서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전했다.

"'쇼미' 출연 전까지 사람들이 저한테 예능 얘기밖에 안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첫 인사말이 대부분 '쇼미 잘 봤어요'더라고요. 랩을 주제로 한 마디라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요. 네티즌들이 악플이든 선플이든 어쨌든 저의 랩에 대해서 왈가왈부를 하는 상황이 된 것도 만족스럽고요. 아, 도끼는 결승 무대에서 선보인 단체곡 'S.M.T.M'에 참여한 7명 중 제가 가장 잘했다고 했다더라고요. 기분 엄청 좋았죠."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 법을 잘 아는 슬리피는 지난 10일 신곡 '맘대로'를 발표했다. 그루비한 리듬과 묵직한 비트가 인상적인 곡으로 가사에는 주위 시선보단 래퍼로서의 삶과 음악을 즐기겠다는 슬리피의 솔직한 마음이 담겼다.

"솔로곡으로 발표한 곡 중 가장 힙합적인 곡이에요. 사실 그동안 이런 걸 하고 싶었지만 많이 참아왔어요. 예능에서의 이미지와 음악이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면 어쩌나 싶었던 거죠. 얼마 전까지 '쇼미'에 출연했으니 지금은 이런 분위기의 곡을 내도 괜찮겠죠?"

 

'쇼미더머니'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 슬리피의 음악 열정은 최대치에 오른 상태다.

"요즘 힙합 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트렌디한 스타일을 계속 연구하면서 꾸준히 래퍼로서 뭔가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해쉬스완과도 콜라보를 하기로 얘기가 되어 있고, 내년쯤 선보일 예정인 솔로 정규 앨범도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언터쳐블 앨범도 틈틈이 준비 중이고요. 다시 멋진 래퍼로 인정받게 되는 날이 오면 힙합 크루를 이끌어 보고싶다는 포부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예능계에서 아예 멀어질 생각은 없다. 음악과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슬리피의 목표다.

"예능 출연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작진 분들이 불러주시면 할 수 있는 건데 불러주신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죠. 원래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음악 하는 슬리피, 예능 하는 슬리피 모두 긍정적인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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