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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절벽·적체·미달 …교육부 '주먹구구' 3종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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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교대생들이 2018학년도 초등교사 선발 인원 대폭 축소에 항의하며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달 3일 서울시교육청이 2018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임용고시 선발인원을 사전예고하자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올해 813명이던 선발규모가 내년 105명으로 대폭 감축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서울시 교육청의 초등교사 임용고시 선발인원은 2015년을 제외하고 대략 800~900명 규모였다. 선발인원이 줄었던 2015년에도 572명을 뽑았다. 105명은 초등 임용고시 준비생들에게는 '임용절벽'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이처럼 초등 임용선발 인원을 갑작스럽게 줄인 것은 그동안 교사 정원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임용고시 선발인원은 줄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정작 학교로 발령을 받지 못하는 미발령 교사들이 1천명 수준으로 쌓이는 '임용적체'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임용절벽과 임용적체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3321명으로 지난해 5549명의 60%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국의 초등교사 임용대기자도 3817명으로 중등교사 임용대기자 453명의 8배가 넘는다.

'임용절벽'과 '임용적체' 현상이 벌어지는 와중에 일부 지역은 '임용미달' 사태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서울,수도권과 대도시로만 몰려들면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은 임용고시 응시자가 모집정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2017학년도 강원도 초등 임용고시 경쟁률은 0.49대 1이었다. 충남북과 전남,경북도 미달이었다. 이들 지역은 2016년과 2015년에도 역시 미달이었다.

'임용절벽'과 '임용적체', '임용미달'의 3박자 악순환은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상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정부가 교사 정원을 줄이면서도 임용고시에서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많이 뽑으라고 요구해 왔다"며 "선발을 많이 하면 다음해에는 교사 정원을 줄이지 않겠다는 교육부 말에 선발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임용절벽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교원 정원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10일 김상곤 교육부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대승적 관점에서 초등교원을 확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임용절벽까지 이르게 된 데는 지난 정부에서 한 4~5년을 사실상 청년 일자리라는 차원에서 교사 임용을 증대시키고 과잉되게 부풀렸던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됐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교육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각 시도 교육청은 초등교사를 5489명만을 선발할 여력이 있었지만 실제 모집공고는 6022명을 내는 식이었다.

김 장관은 그러나 교원 증원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정원을 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교원 정원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교원수급의 통상적인 절차는 시도교육청이 학교현장의 수요를 파악해 교사 정원을 교육부에 신청하면 교육부는 이를 취합한 뒤 논의를 거쳐 교육부 정원안을 만든다. 이후 기재부와 행안부 협의를 거쳐 교사 정원을 확정한다.

이후 확정된 교사 정원을, 정해진 계산식에 의해 시도별로 배정하고 시도 교육청은 이를 다시 학교별로 배치하게 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 수요는 학생수에 좌우된다. 여기에 퇴직교원의 숫자를 얹으면 기본적인 교사 수요가 정해진다. 하지만 정책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수나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학생수나 퇴직 교원 숫자가 같더라도 필요한 교사 숫자는 늘게 된다.

필요 교원 숫자에서 현재 교원 숫자를 빼면 신규로 필요한 교원 숫자가 나오게 된다. 이를 반영해 해마다 교원 정원과 신규 채용 규모가 정해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결정된 교육부 정원안이 행안부와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산 문제 때문에 수요 보다 정원이 늘 깎이는 식이다.

교육부가 교사 정원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중장기 계획이 없으니 상대 부처를 설득할 수 없고 '학생수가 줄어드는데 왜 교사 정원을 늘리려 하느냐'는 반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또한 교원 수급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범정부적 합의가 없다보니 그때 그때 예산상황에 따라 교원 정원이 책정되는 식이다.

사실 교육부는 중장기 교원수급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올해 초까지 교육부 차관으로 있었던 이영 한양대 교수를 비롯한 상당수 교육계 인사들이 교육부 지원을 받아 '중장기 교원 수급'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성과들이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 많은 연구들이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 교육부는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만 "이번 임용절벽 사태 역시 중장기 수급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중장기 수급계획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만 밝혔다.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이 있었더라면 부처간 협의도 더욱 매끄러웠을 것이고 교대 정원 관리 등 초등교원 양성체계도 이에 맞게 손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학생수가 줄고 교사 임용적체 현상이 빚어지다 보니 교대 입학정원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교대 정원이 줄다 보니 초등 교사의 임용고시 경쟁률도 덩달아 하락해 경쟁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 4년간 초등교사 임용고시 전국 평균 경쟁률은 1.19~1.41이었다. 같은 기간 중등교사 임용고시 경쟁률은 7.72~10.73이었다.

이처럼 초등 교사 임용고시 경쟁률이 턱없이 낮다 보니 교대생들 사이에서는 '임용고시는 언제라도 붙을 수 있다'는 심리가 퍼지고 이는 결국 대도시 임용고시를 우선적으로 보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도(道) 지역 등 지방에 근무하는 현직 교사들도 대도시로 가기 위해 임용고시를 '반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매년 현직 교사 1천 명이 임용고시에 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생과 현직 교사의 지방 기피 현상은 일부 지역 임용고시 경쟁률 만년 미달 사태라는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교대 이광현 교수는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부터 마련해 이에 맞게 교원 정원과 신규 선발인원을 조정하고 교대 정원 등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대의 경우 입학 정원을 늘려 낮은 경쟁률를 높이고 커리큘럼도 개혁해 교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번주 2018학년도 교원 정원 및 교원수급 정책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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