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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전자화한 파일일 뿐…몰수 못해"…법원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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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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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비트코인 몰수 구형 기각…"객관적 가치 산정도 불가"

 

법원이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이어질 비슷한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지난 7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 'AVSNOOP.club'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안모(33)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안 씨는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회원들에게서 사이트 사용료 등을 받아 19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안씨가 부당이득 가운데 14억여 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안 씨 구속 시점인 올해 4월 17일 기준 5억여 원에 달하는 216 비트코인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현금은 추징,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몰수를 구형했다.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한 물품과 금액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치다. 이미 처분해 몰수할 수 없거나 몰수 대상의 형태가 바뀌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대신 추징할 수 있다.

반 판사는 그러나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안 씨의 범죄수익을 3억4천만 원으로 한정, 이에 해당하는 금액의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의 비트코인 몰수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안씨가 비트코인 전부를 범죄로 얻은 것인지 단정할 수 없어서 몰수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몰수해야 할 재산(범죄수익)의 성질 등 사정으로 인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사건에서는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액에 대한 추징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 판사는 또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는 몰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어떤 사건에서 가상화폐가 범죄수익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몰수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추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 판사는 "가상화폐는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다"고 덧붙여 추징해야 하는 경우라도 해당 가상화폐에 맞는 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려워 추징이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사건은 경찰이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압수한 사례여서 재판 과정에서 가상화폐가 몰수 대상인지, 압수된 가상화폐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지 등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비트코인이 몰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가상화폐 전부가 범죄수익으로 인정됐다면 추징을 위해 해당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판단이 나왔겠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경우여서 몰수 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만 내려졌다"고 말했다.

2009년 출시된 비트코인은 1 비트코인이 최초 약 0.003달러(약 3.4원)에서 최근에는 4천483.55달러(약 504만원)까지 치솟아 7년여 만에 149만4천 배가 될 만큼 가치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안씨의 216 비트코인 역시 이날 기준으로 1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가상화폐를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법적 근거나 제도, 규제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학계·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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