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1·3공구 송도국제업무단지(빨간색 부분 및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지도(포스코건설 제공)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의 대주주인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의 갈등으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핵심인 송도국제업무단지(1·3공구, 송도IDB) 개발 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NSIC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GIK(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과 업무대행계약(PMSA)을 해지했다’며 앞으로는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에 관한 사항은 NSIC와 직접 협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NSIC는 7월 31일 문서위조, 지시사항불이행, 자료제출거부, 계약내용 위반 등을 이유로 GIK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은 2002년 3월 각각 70.1%와 29.9%의 지분으로 송도국제도시 개발을 위한 SPC(특수목적법인)이자 페이퍼컴퍼니인 NSIC 및 이 회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GIK를 설립했다.
NSIC는 스탠리 게일(Stanley C. Gale) 게일사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등 게일측이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개발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는 GIK는 포스코측에서 대표이사를 맡는 등 포스코측이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NSIC는 총 5명의 이사 중 게일이 3명, 포스코건설이 2명을 지명할 수 있는 반면 GIK는 포스코건설 측 이사가 3명으로 게일측 2명보다 많다.
이번 계약 해지는 게일인터내셔널의 스탠리 게일 회장이 포스코건설을 배제하고 송도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건설은 "NSIC의 계약해지는 계약 내용을 위반한 일방적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GIK와 업무대행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NSIC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사회 승인이 없었고, GIK가 계약을 위반한 사실 없었기 때문에 NISC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는 무효"라고 밝혔다.
또한 "2009년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모든 송도사업을 GIK로 일원화하기로 스탠리 게일 회장이 감사원, 인천경제청에 확약한 사항인데 스스로 이를 깨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그 동안 NSIC에 무슨 일이 있었나?NSIC는 지난 2005년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577만㎡(175만평)의 국제업무단지 부지에 컨벤시아와 더샵 퍼스트월드를 시작으로 센트럴파크, 채드윅 국제학교, 커낼워크, 동북아무역센터,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등을 건설해오며 국제비즈니스 도시를 건설해왔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 2009년 이후 시행사인 NSIC의 적자 규모가 커졌는데도 포스코건설은 막대한 이득을 챙겨왔다는 것이 게일측 주장이다.
게일측은 포스코건설이 사업초기부터 2015년까지 NSIC가 발주한 공사의 시공사로 참여해 4.8조원어치 이상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7월 NSIC는 GIK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공사비 약 700억원을 포스코건설에 선지급했다며 GIK가 보관하고 사용하던 NSIC 대표이사의 인감을 변경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포스코건설의 시공은 송도사업에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2.5조원의 대출시에 책임준공보증을 제공했기 때문에 갖게 되는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문제가 불거지게 된 이면에는 게일 회장의 세금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세무당국이 게일 회장에게 부과한 1천억원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법인 인감을 변경해 각종 사업 승인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포스코건설측 입장이다.
미국 세법상 NSIC와 같은 유한회사의 소득은 개인소득으로 간주해 개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게일 회장은 NSIC의 수익에 대한 과세인 만큼 자신의 세금문제 해결을 포스코건설에 요구했지만 포스코건설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인 인감을 갑자기 변경하고 송도사업을 전면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게일 회장은 NSIC의 인감을 또 다시 변경했다.
게일측은 지난 2015년 이후 업무상 배임, 사문서 변조, 변조 사문서 행사, 손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GIK 대표를 포함한 포스코건설 임직원을 상대로 9건, 포스코건설은 스탠 게일 회장과 조나단 소프 게일인터내셔널 부사장, 게일인터내셔널 한국 대리인인 서모씨 등을 상대로 사기, 공갈미수, 업무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2건의 고소를 하는 등 쌍방이 10여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은 지난 2015년 7월 진행률 72%(완료 64%, 추진 중 8%) 상태로 멈춰 있다.
◇ 양측 갈등으로 송도개발 사업 올스톱게일측이 지난 2015년 7월 NSIC 법인인감을 변경하면서 송도 내 공동주택 사업이 중단되는 등 사실상 송도사업은 올스톱됐다.
NSIC가 시행해 오는 11월 입주예정인 '송도 더샆 퍼스트파크 아파트' 2597가구의 입주도 불투명하다.
아파트 인허가 조건에 준공시 미술장식품 설치가 포함됐는데, 포스코건설은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미술장식품 설치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NSIC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NSIC로부터 송도 더샾 그린워크 및 송도 더샾 퍼스트파크 아파트 공사비 4900억원도 받지 못했다.
또 E5블럭 주상복합과 F20·25블럭 아파트는 2015년에 사업시행인가가 났으나 분양 전에 사업이 중단됐고, B2블럭 주상복합은 설계전에 사업이 중단됐다. 또 F블럭·C블럭 일대 업무 및 상업시설용지는 일반에 대한 매각이 중단됐다.
◇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기부채납' 차일 피일NSIC는 그동안 센트럴파크, 컨벤시아, 어린이공원, 경관녹지 등 약 6천억원 규모의 시설물을 인천시에 기부채납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전시시설을 짓겠다며 추진한 ‘아트센터 인천’은 지난해 7월 콘서트홀을 지어놓고도 준공검사를 받지 못해 부분개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7월 준공 관련 서류를 NSIC에 제출했는데, NSIC는 서류를 인천경제청에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부채납 대상인 3공구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 완충녹지는 공사 착수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트센터를 포함해 인천시가 받아야 할 기부채납 규모는 3천3백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양측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이 장기 중단 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경제청은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경제청 지창열 송도사업본부장은 "워낙 양측 모두 돈이 개입된 문제여서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