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여중생이 또래학생을 폭행한 이른바 '여중생 피투성이' 사건이 공분을 사는 가운데 이미 두 달 전에도 폭행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 3학년 여중생이 2학년 1시간 넘게 폭행…사건 커지자 '자수'
(사진=SNS 캡처)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쯤 사상구의 한 골목길에서 중학교 3학년 A 양 등 2명이 다른 학교 2학년 B 양을 폭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양은 자신의 후배에게 옷을 빌려간 B 양이 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일행 등 5명과 함께 B 양을 불러냈다.
사상구의 한 음식점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A 양 등은 30여 분 뒤 인근 골목으로 B 양을 끌고 가 폭행하기 시작했다.
둔기까지 동원해 1시간 가량 이어진 폭행에 B 양은 머리와 입 안이 찢어지는 등 심하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쓰러진 B 양을 둔 채 A 양 등은 자리를 떴고, 그 사이 행인이 피를 흘린 채 걷고 있는 B 양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양 등은 신고를 받은 119가 출동해 B 양을 데리고 가는 장면을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A 양 등은 이날 오후 11시 50분쯤 인근 치안센터를 찾아가 자수했다.
이번 사건은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B 양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A 양은 지인에게 B 양의 사진과 함께 자신이 감옥에 들어갈 것 같냐며 처벌을 겁내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 2개월 전에도 1차 폭행…경찰 대응 도마에
부산사상경찰서. (사진=송호재 기자)
애초 경찰은 A 양과 B 양 등이 모르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두 달 전에도 이미 1차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6월 29일 오후 2시쯤 부산 사하구의 한 공원에서 B 양을 폭행했다.
당시 폭행은 A 양 등 5명이 가담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B 양이 폭행당한 사실을 확인한 B 양의 부모는 하루 뒤인 30일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2개월 동안 수사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 사이 자신을 고소한 것에 분을 품은 A 양 일행이 B 양을 불러내 재차 폭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일 2차 폭행 당시 A 양 등은 B 양의 부모가 자신을 고소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 B 양이 진술을 기피해 피해자(고소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 한 상태라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B 양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집까지 찾아가는 등 6~7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만나지 못했을 뿐 수사를 미룬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피투성이 사진 알려지자 '공분' 확산…청와대 청원 폭주한편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산 여중생 폭행 가해자'라는 제목으로 한 여학생의 이름과 학교, 사진 등이 퍼져나가고 있다.
4일 현재 SNS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가해자의 신상 외에도 가해자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폭행 사실을 최초로 알린 지인과의 대화 내용과 이에 따른 각종 댓글 등 자료도 함께 퍼지고 있다.
하루 전 공개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은 피해자의 사진 외에도 머리가 찢어진 모습 등 추가 사진도 공개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에 온라인 청원도 잇따랐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 코너에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소년법 폐지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2만여 명이 넘는 누리꾼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