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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카카오 김범수, 같은 총수 다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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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가혹' 카카오 '담담'…지배 구조·경영 전략 달라 온도차 커

 

NOCUTBIZ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둘러싸고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 카카오의 표정이 엇갈렸다. 기업 규모 성장에 따른 준대기업 지정은 받아들이지만, 네이버 창업자이자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은 다소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전 의장이 총수 지정 발표 보름 전 직접 세종시에 있는 공정위까지 찾아가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의 총수 지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던 카카오는 당시 "계열사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같은 규제 받게 됐다"며 항변한 끝에 '대기업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같은 총수 지정'에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양대 포털의 지배 구조와 경영 방식의 차이에서 나온 엇갈린 표정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장 지분이 5%도 안 되는 네이버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카카오는 김 의장의 지분이 18%대인 만큼 총수에 기반을 둔 경영 효율성에 집중하겠다는 손익계산 결과라는 것이다.

◇ 네이버 "이해진 총수 지정 안타깝다"…경영권 방어 집착하는 기존 재벌과 달라

네이버는 3일 공정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해 "기업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이 전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공정위의 결정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은 지난달 14일 자사 법무 담당자들과 공정위를 직접 찾아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으로 분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총수 지정'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의장은 이미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보유 지분도 5% 미만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에도 어려운 규모다. 친인척의 지분도,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다.

그런데도 공정위의 총수 지정이 기정 사실로 되자 지난달 23일 이 전 의장은 보유주식 153만 945주(4.46%) 중 11만 주(0.33%)를 주당 74만 3990원에 매각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4.64%이던 지분은 현재 4.31%로 줄었다.

이를 두고 설이 분분하지만 "필요하다면 지분을 더 줄일 수 있다"는 무언의 항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전 의장이)네이버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거의 없고 일반적인 재벌 총수와는 다르다"는 입장 표명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현재 네이버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350만 주, 10.61%)이다. 이어 외국계 자산운용사 에버딘(166만 주, 5.04%)과 블랙록(166만 주, 5.03%) 순이다. 모두 이 전 의장의 지분율(4.31%)보다 높다. 네이버가 대부분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투명하고 단순한 구조다. "소유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은 네이버 그 자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공정위를 찾아가고 지분을 매각한 것 외에도 이 전 의장은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변대규 이사회 의장과 한성숙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이 전 의장은 국내 사업은 변 의장과 한 대표에게 전담하고 해외사업·시장 진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이 전 의장의 사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지만, 그 자체가 파격일뿐더러 '경영권 방어'에 집착하는 기존 재벌들의 행태들과는 반대되는 행동이었던 만큼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 전 의장의 현재 공식 직함은 해외투자를 총괄하는 '글로벌 투자책임자'이고 등기이사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너가 없는 기업 집단이고, 지분율로만 보면 이 전 의장 역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처럼 회사를 창업하고도 주주에 의해 쫓겨날 수 있는 위치다. 이 전 의장이 평소 "저도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게 허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꾸준히 회사 경영에 관여하면서 지배의 '실효성'을 유지하는 게 필요할 텐데도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 자체가 이 전 의장이 경영권을 지키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 담담한 카카오, 김범수 의장 지분 18.25% 구조적 '총수' "법에 따른 의무 다할 것"

이처럼 네이버가 지속해서 총수 흔적을 지워온 반면, 카카오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총수 없는 기업' 지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카카오는 '대기업 총수로서 김범수 의장'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공정위 발표 직후에도 카카오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어떠한 형태 이의도 제기할 생각이 없다"면서 "카카오는 법에 규정된 준대기업집단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수 지명도 불공정 경쟁 조사도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태도다.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는 물론 자회사 지배구조에도 깊숙이 개입해 총수기업 경영 구도를 펴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카카오와 다음 합병 후부터 현재까지 카카오 최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김 의장의 지분은 18.52%다. 친인척 지분(2.52%)까지 합하면 20%가 조금 넘는다.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구조적으로 완벽한 '총수'다.

카카오는 지난해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에 이미 지정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는 "현행 법규에 따라 카카오가 자산 규모가 5조가 넘는다고 해서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된다면 자사와 연관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함께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며 부당함을 항변했다.

그 결과 카카오는 두 달여 만에 대기업 지정에서 해제되면서 추가적인 투자 유치 등에 걸림돌로 우려됐던 '대기업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었다.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대기업 지정 족쇄에서 풀려나 출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의장 처남이 카카오 지분 2.3%를 갖고 있는 등 가족이 보유중인 지분 내역도 낱낱이 공개됐다. 김 의장은 자회사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자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 대표도 맡고 있다.

이같은 사실들이 다 드러난 상태인 만큼 카카오는 김 의장의 총수 지명 자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포털 점유율이 20% 수준에 그치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정부의 독과점 규제 움직임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네이버, 총수 이미지 타격 우려…글로벌 사업 등 경영 전략 차이도 영향

향후 경영 전략에 다른 상반된 행보도 공정위 결정에 온도 차를 가져왔다.

네이버는 모바일 자회사 '라인'을 시작으로, 일본과 태국 등 동남아에 이어 지금은 프랑스를 주축으로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사업 추진에 한창인 이 전 의장에게 '재벌 총수'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면 대외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향후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 측 염려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에서 라인 상장 심사를 할 때 한국 재벌의 전횡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등을 집중적으로 물어 고생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총수 지정으로 해외 파트너나 투자자를 상대할 때 이런 부분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반면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해외 사업 비중은 네이버만큼 높지 않다. 필리핀, 싱가포르, 중국, 일본, 미국 등에 법인이 있지만 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한 플랫폼 사업 등 국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실제 국외 매출이나 국외 자산 비중도 높지 않은 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을 재벌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털뿐만 아니라 게임 같은 IT 기업 대부분은 창업자임에도 지분율이 낮거나, 대주주여도 전문경영인을 두기도 한다"면서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낡은 잣대로 똑같이 규제하기보다는 이런 부분을 장려하면서도 사회적 책임도 질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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