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 2008-08-13 06:00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이준석(25.가명) 씨가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다. 이 씨는 조용히 왼쪽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왼손잡이인 탓에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 밥을 먹다가 오른손잡이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1

 

고기를 구워 달라는 여자 동창의 부탁에 가위를 집어 들었지만 고기가 제대로 잘라질리 없다. 오른손잡이용 가위를 왼손으로 쥐고 있으니 힘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넌 그것도 제대로 못하냐''''는 핀잔에 친구에게 가위를 넘길 수밖에.

이벤트로 팔씨름 시합이 열렸다. 체격도 좋고 힘도 세지만 이 씨는 아예 시합에 나갈 꿈도 꾸지 않는다. 오른손 팔씨름대회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로 태어난 자신의 탓이거니'''' 이 씨는 한숨만 내쉴 뿐이다.

◈ 왼손잡이 곳곳에 불편함 널려 있어

왼손잡이의 설움은 이뿐이 아니다. 지하철 카드인식기, 음료수 자판기, 컴퓨터 마우스, 캠코더, 볼링화, 골프채, 쓰레받기, 현관문, 변기, 가스밸브 등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서 알게 모르게 왼손잡이들이 불편을 겪는 부분은 많다.

특히 왼손잡이 남자는 군대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바로 사격 때문이다. 장전 손잡이가 오른쪽에 있어 남들보다 사격을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탄피 배출기가 소총 오른쪽에 있어 자칫 얼굴에 부상을 입을 위험도 없지 않다. 이 씨는 ''''탄피받이가 있다고 하지만 얼굴 앞으로 탄피가 지나가는데 제대로 사격을 할 수 있겠냐''''며 ''''오른손잡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총을 왼손잡이가 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왼손잡이 비율은 보통 10%. 아랍권 국가는 왼손사용을 금기시해 왼손잡이 비율이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왼손잡이가 4%, 양손잡이가 8%로 나타나 대략 왼손잡이가 200~4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 왼손잡이는 머리가 좋다?… 왼손잡이를 둘러싼 오해들

예로부터 왼손잡이는 머리가 좋다고 속설이 있어왔다. 이런 속설에 일부 학자들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데오도르 블라우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 뇌가 발달되지만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는 물론 왼쪽까지 발달된다. 왼손잡이가 좌우 뇌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는 뇌량이 11% 더 크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IQ 148이상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코리아 회원 중 왼손잡이는 4%에 불과했다. 지난 2005년 멘사코리아는 특별 설문조사를 통해 왼손잡이 비율을 확인했다. 결과는 응답자 271명 중 왼손잡이 12명(4%), 양손잡이 29명(11%). 이는 일반인 중 왼손잡이 비율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원유빈 홍보분과장은 ''''당시 우리도 결과가 궁금했다"며 "그런데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왼손잡이 머리가 더 명석한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사상 위대한 인물 중 왼손잡이가 다수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 르네상스 시대 3대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천재 과학자 뉴턴과 퀴리부인, 천재 문학가 마크 트웨인,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최근 미국 대통령 7명 중 4명이 왼손잡이였다. 제럴드 포드를 시작으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1989~1992), 빌 클린턴이 그 예다. 더 흥미로운 건 다가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의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역시 왼손잡이라는 사실이다.

◈ 8월 13일 ''''왼손잡이의 날''

오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1992년 영국 왼손잡이 협회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오른손잡이 위주의 세상 속에서 왼손잡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세계에 알려보자는 취지에서 매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했다.

영국 왼손잡이협회는 세계 왼손잡이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를 빛낸 최고의 왼손잡이''''를 뽑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위는 2008 윔블던대회에서 4시간 48분의 혈투 끝에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27, 스위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왼손잡이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22, 스페인). 협회는 13일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도 왼손잡이협회가 있을까? 정답은 ''''잠시 있었다''''. 1999년 광주보건대 유아교육과 강미희(44) 교수가 한국 왼손잡이협회를 설립해 활동을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강 교수가 홈페이지를 폐쇄함에 따라 협회 활동도 사실상 정지된 상태. 강 교수는 ''''교과서에 글도 싣고, 공청회도 여는 등 왼손잡이의 권리 옹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사회 인식을 바꾸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왼손잡이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한다''''면서 ''''왼손잡이 자녀를 둔 학부모 단체만 결성돼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왼손잡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왼손잡이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거울을 한 번 보라. 거울을 통해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가 되고,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가 된다.

왼손잡이의 운동, 야구
2008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수적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해 KBO 전체 등록선수는 487명. 그 가운데 왼손잡이 선수는 111명으로 총인원의 22.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왼손잡이 선수들이 7월말 현재 투타 부문에서 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

 

타율, 타점, 홈런, 도루 등 8개 부문에서 좌타자가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연습생 신화''''를 쓰고 있는 김현수(두산)는 타율 0.339로 타격과 최다안타(112), 출루율(0.447) 등 3개 부문에서 제일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호타준족의 이종욱(두산)은 도루(42), 외국인 타자 클락(한화)은 득점(86) 부문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타격 부문은 김현수를 비롯해 전준호(우리, 0.337), 이진영(SK, 0.337) 등 상위 5위권 안에 왼손타자가 3명이나 포함돼 있다. 홈런과 타점 2위 가르시아(롯데), 최다안타 2위 이용규(기아), 도루 2위 이대형(LG) 역시 왼손잡이다.

8개 주요 타이틀에서 오른손 타자는 김태균(한화)이 유일하게 수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김태균은 홈런(26), 타점(83), 장타율(0.667)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좌타자 성적이 두드러지는 건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과 함께 왼손잡이 타자가 유리한 야구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책 <왼손잡이 이야기>의 김용운 작가는 "오른손 타자는 스윙을 하고 몸이 3루쪽으로 기운 상태에서 방향을 바꿔 1루로 달려야 하는 반면 좌타자는 타석에서 스윙을 할 때 몸의 중심이 1루쪽을 향하고 있어 1루 출루까지 우타자보다 두 걸음 이상 적게 뛰어도 되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좌타자 타석이 1루 베이스에 가까이 위치한 점 또한 무시할 수 없고 좌타자가 수적으로 좌완보다 많은 우완 투수에 강점을 보이는 점도 작용한다.

마운드에서도 왼손잡이 투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괴물 투수 류현진(한화)과 봉중근(LG)이 각각 107개의 탈삼진을 잡아 이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우람(SK)은 18홀드로 홀드부문 1위다. 비록 다승, 탈삼진, 세이브 등 6개 주요 부문에서 왼손잡이 투수는 2개 부문에서만 선두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좌완 투수들의 활약을 알 수 있다.

탈삼진 부문은 류현진과 봉중근을 비롯해 김광현(SK, 95)과 장원삼(우리, 86)이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해 상위 5명 중 4명이 왼손 투수다. 선두를 차지하지 못한 평균자책, 다승, 세이브 부문에도 왼손 투수들은 어김없이 2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달 14일 발표된 베이징 올림픽 투수 엔트리 10명 중 권혁(삼성), 장원삼(우리) 등 5명의 좌완투수가 뽑혔다. 특히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류현진, 김광현, 송승준, 봉중근을 선발투수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송승준(롯데)을 뺀 3명의 왼손잡이 선수가 선발로 기용돼 미국, 쿠바, 일본전 등 주요 경기에서 활약하게 될 것임을 말했다.

좌완투수를 가리켜 흔히 ''사우스포(Southpaws)''라고 한다. 이 말은 1890년경 시카고의 스포츠 기자들이 처음 사용했다. 시카고를 비롯해 당시 대부분의 야구 경기장은 투수의 왼손이 남쪽을 향하게 만들어졌다. 해가 질 때 투수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장을 설계한 이유였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사우스포. 포(paw)는 사람의 손을 의미하는 속어다.

사우스포가 야구에서 유리한 이유로는 1루 견제가 용이해 도루 저지가 쉽고 오른손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 타자들이 왼손 투수의 공을 낯설어 한다는 점 등이 있다.

일반인 중 왼손잡이 비율은 10% 정도. 그런데 야구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은 보통 20~25% 정도가 된다. 비록 사회에서는 소외되고 비주류로 평가받는 왼손잡이지만 야구장에서 만큼은 그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