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야3당 연대론'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3당의 연대 움직임을'적폐연대'로 규정하며 차단에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9일 신임인사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방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향후 정국에서 공조 가능성을 확인했다.
홍 대표는 안 대표의 손을 맞잡으며 "안 대표가 다시 국민의당 대표로 됐으니 이제 (당이) 활발해지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안 대표도 "저희도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두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주고받았다. 홍 대표가 "이 정부는 사법부까지 전부 좌파 코드로 바꾸고 있다. 원전 문제도 국가 백년대계 정책을 졸속으로 정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안 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너무 쫓기듯 중요한 결정들이 돼 온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고 있다"고 맞짱구를 쳤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는 "코리아패싱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가지 채널을 동원해서라도 외교적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하는데, 견인차에 끌려가는 승용차 안에서 자기 혼자 운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날 안 대표는 가장 연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바른정당의 이혜훈 대표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두 대표는 중도개혁 정당을 지향한다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일정 수준의 '정책 연대' 공감대를 확인했다.
저마다 성향과 지역 기반 등이 다른 야3당 사이에서 연대론이 점차 탄력을 받는 이유는 대선 패배 이후 특별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지지부진한 현실때문이다.
한국당은 좀처럼 제1야당의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바른정당은 의석 수가 적은 한계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힘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민의당도 이유미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야3당이 개별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힘이 부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가 차츰차츰 다가오는 현실 앞에서 야3당 연대론에 대한 공감대가 야권 사이에서 형성됐고, 최근 '선명한 야당'을 강조하며 당권을 잡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매개로 연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원활한 국정운영과 개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의 승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안철수 대표가 낀 야권연대가 눈에 거슬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민주당은 야 3당의 연대를 '적폐연대'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저지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안 대표에게 지방선거에서 야3당의 연대를 제안했는데, 이는 적폐연대를 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국정농단 세력과 연대를 꾀한다면 이는 민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은 민생 추락의 위기를 막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한 세력들"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촛불연대"라고 했다.
민주당 민생상황실장을 맡는 윤관석 의원도 야3당의 연결고리인 안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생명을 다시 찾은 안 대표가 향후 뜻하는 바를 이루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적폐세력과 손잡는 것은 뜻하는 바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적폐' 프레임으로 한국당의 발을 묶고, 탄핵공조를 이뤘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극우에 포진하고 있는 옛집권 세력과 손잡는 것을 적극 차단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정부여당을 몰아세우고 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적폐연대로 규정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집권을 막기위해 시도됐던 '빅텐트'연대론의 '시즌2'가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 많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은 대북정책이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야당과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만, 적폐청산 부분에서는 민주당과 함께 연대할 공산이 크다"며 "결국 사안에 따라 야3당의 연대는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