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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삼성전자 LCD 공장 노동자의 희귀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삼성전자 반도체, LCD 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의 직업병 산재 소송에서 대법원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한 이모(33) 씨가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씨 패소로 판결한 1·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씨는 2007년 퇴사하기까지 6년간 삼성전자 LCD 생산라인에서 근무했다. 근무 기간 하루 12시간 이상 전자파를 쐬고 '이소프로필알코올'이란 화학물질에도 노출됐고, 2003년부터 아토피성 결막염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퇴사 뒤인 2008년에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은 이 씨는 2011년 자신의 병을 산재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섬유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과 장기가 마비되는 불치병이다. 자외선 노출 부족, 스트레스, 유기용제 취급 등이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질병이다.
1심과 2심은 해당 질병과 삼성전자 재직시 업무간 직접적 상관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이 씨 패소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하지만 "이 씨의 발병·악화는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며 이 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씨의 입사 전 건강 상태와 가족력에서 애초 발병 가능성이 낮았고, 평균 발병연령인 38세보다 이른 21세에 병에 걸렸다는 점, 유기용제 노출과 업무 스트레스 등 다수의 촉발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