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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문제는 학종! 수능개편안 첫단추부터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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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대책 없이 수능만 개편?
- 핵심은 '학종' 학생부담·불공정성
- 고액·논문컨설팅..교수 자녀만 유리
- 학종 일반고 비율 35%…"불리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범(교육평론가)

 

2021학년도 대입 수능 개편안. 지금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심 중인데요. 1안은 수능의 7개 시험과목 중에 4과목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안. 2안은 7개 과목 전부를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안. 이 두 개를 놓고 고민하고 있고. 31일에 최종 발표를 하겠다 얘기를 했습니다. 어느 쪽이 되든간에 수능이 지금에 비해서 좀 약해지는 분위기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 교육부 방침을 놓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교육계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이유인지 자세히 들어보죠.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입안에도 직접 참여하셨던 교육전문가세요. 교육평론가 이범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범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범>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단 학부모가 아니면 지금 이 개편안이 뭘 어쩌겠다는 건가, 이 자체도 잘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 이범> 이미 수능에 절대평가, 즉 예를 들면 90점만 넘으면 1등급을 준다든지 이런 것이 도입돼 있습니다. 한국사에 도입돼 있고 또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올해부터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돼요. 그런데 교육부가 내놓은 1안은 이 절대평가에 통합사회, 통합과학 그리고 제2외국어를 더해서 절대평가를 4과목으로 늘리는 안입니다. 여전히 국어, 수학 그리고 이제 탐구 중에 한 과목 이 3개는 상대평가가 유지되고요. 2안의 경우에는 전과목 등급제 절대평가. 그러니까 상대평가를 남기지 않고 모두 다 절대평가로 가는 그런 안입니다.

◇ 김현정> 국어, 수학, 탐구까지 모조리 다 절대평가로 하자. 90점 넘으면 다 1등급 주자 이런 거예요. 그런데 이걸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지금의 이 혼란의 상황을 한마디로 총평하신다면?

새로운 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 교육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청회 개선 및 수능전과목 절대평가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 이범> 저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라고 보는데요. 일단 참여정부 때도 맨처음에 대입을 전체적으로 전국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수능개편안을 먼저 던집니다. 그러면서 대입정책이 완전히 꼬여버려요. 그래서 기억하시겠습니다마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해서 수능, 내신, 논술 다 반영해야 되는 이런 입시로 진화를 해버립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이범> 새 정부도 사실 대입종합관리계획을 종합적으로 세우는 것이 먼저이고 그에 따라서 이제 수능을 어떻게 개편하겠다라고 밝히는 것이 순서일 텐데. 그럼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대입종합관리의 핵심은 뭐냐? 최근 들어서 학생, 학부모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수능보다는 학종이죠.

◇ 김현정> 학종. 학생부종합전형.

◆ 이범> 그렇습니다. 예전에 입학사정관제라고 불렸던 이 제도인데 이것이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여러 가지 잡음들이 나타나고 있고 불공정 논란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그러면 학종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그리고 또 정시, 즉 수능에서 만약 절대평가를 늘리거나 또는 전과목으로 한다면 변별력 논란이 생길 텐데 이것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두 가지가 이제 대입종합관리의 핵심이라고 보이는데 이런 선제적으로 해야 될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수능개편안을 1안, 2안 이렇게 던져버린 것은 참여정부의 정책실패의 앞부분을 연상시키는 굉장히 안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입시를 잘 모르시는 분들 학종이 뭐야? 수능은 어떻게 된단 얘기야. 헷갈릴 수 있는데 지금의 대입방식은 좀 다양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해서 자기소개서도 보고 스펙을 얼마나 쌓았나도 보고 이 사람이 해 온 어떤 경력도 보고 내신도 보고 이렇게 해서 가는 수시전형이 있고요. 수능 위주로 가는 정시전형이 있는 건데 지금 그중 일부인 수능에 4과목 절대평가냐 7과목 절대평가냐 이것만 가지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죠?

◆ 이범> 그렇습니다. 지금 언급하신 학종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도 있죠. 최근 들어서 고등학교 선생님들 중에 학종 때문에 학생부에 의미 있는 얘기를 써주기 위해서 수업 방식도 바꾸고 평가도 바꾸고 이런 개선을 하는 분들이 꽤 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예전보다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 이런 건 긍정적 효과인데요.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죠. 학종이 일단 반영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일단 내신을 다 반영하는 데다가 거기다가 이제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 봉사 활동 또 자기소개서 또 교내 경시대회 이런 것들을 다 반영하니까 굉장히 부담스럽고.

◇ 김현정> 그러니까 아이들한테 제가 인터뷰를 한번 해 보니까 이게 사실은 아이들 공부 말고 학교 공부만 하지 말고 좀 다양한 경험 쌓으라고 좋은 취지로 시작한 건데 지금은 학교 공부는 공부대로 예전처럼 똑같이 해야 되고 거기다가 동아리활동까지 하느라고 더 힘들어졌어요, 이런 얘기하더라고요.

◆ 이범> 그렇죠. 미국식 대입제도의 특징인데요. 미국식 대입제도가 성적도 보지만 그밖의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보는 일종의 정성평가입니다. 이것이 가진 장점도 나름 있지만 다른 유럽계통의 선진국이 가진 제도하고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부담이라든지 불공정성 시비 등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부정적 측면을 같이 가지고 있죠.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수능 개편안 규탄 기자회견' 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현정> 그렇죠. 학생 부담 측면만 있다면 조금 덜할 수도 있는데 지금 문제는 스펙을 쌓는 부분, 자기소개서 써주는 부분에서 불공정함이 있다, 이 부분이 더 치명적인 약점인 것 같아요.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여론조사 실시한 자료를 지금 제가 보고 있는데 75%가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 부작용 심각하다. 그럴 듯한 스펙 쌓고 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위해서 입시컨설팅을 반드시 받아야 되고. 교사들은 학생들한테 추천서를 너희들이 직접 써와라라고 얘기를 해야 되는 이런 상황. 이거 굉장히 뭔가 기형적인 상황이다라고 학생, 학부모들이 지적을 하셨더라고요.

◆ 이범> 그렇습니다. 이제 학종이라는 것이 교과성적에 비교과 활동을 더해서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거든요. 제가 질문을 하기를 교과와 비교과 중에 어느 쪽이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클 것 같냐, 이렇게 질문을 하면 일반인이든 학부모든 심지어 교육학자들도 다 비교과다 이렇게 답을 합니다.

◇ 김현정> 비교과.

◆ 이범> 그러니까 비교과라는 것은 사실 학교에서 비교적 일률적으로 배우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내버려둔 영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양육방식이나 부모의 환경이나 또는 부모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 사교육을 통해서든 아니면 매니저 역할을 통해서든. 이것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죠.

◇ 김현정> 현장에서 어떤 예들, 사례들 보셨어요?

◆ 이범> 고액컨설팅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이미 많이 보도가 되었습니다마는 특히 불공정성 시비가 심각한 이유는 학생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높다는 겁니다. 자기 바로 옆에 있는 친구가 무슨 학원을 전략적으로 다니더니 경시대회 상을 휩쓸어 가더라. 또 자기의 바로 옆에 있는 친구가 무슨 얼마짜리 논문 컨설팅을 받더니 그게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거나 또는 학생부에 세부 특기사항이라고 있는데 여기에 적시되더라.

◇ 김현정> 논문컨설팅이라는 것도 있습니까?

◆ 이범> 소논문이라고 흔히 표현하는데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과활동과 좀 주제적으로 연관이 있는 소논문을 쓰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소논문이 두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데요. 많은 학교에서도 논문경시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이제 제출해서 입상을 할 수 있는 거죠. 또 입상 안 한다 할지라도 교과영역에 세부특기 사항이 있는데.

◇ 김현정> 적어줄 거리가 생기는군요.

◆ 이범> 그렇죠. 이 학생이 이러한 주제로 훌륭한 논문 썼다. 이런 식으로 이제 적어주는 것이 가능한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게 학생들이 정말 머리 맞대고 열심히 했으면 좋은 취지 그대로 살리는 거지만 대학의 대학원생들 뭐 조교들 이런 사람들한테 컨설팅 받아서 그들의 도움으로 쓴 거라면 이거는 그때부터 시작부터 불공정한 거군요?

◆ 이범> 사실 이렇게 되면 이제 대학교수들의 자제들이 유리합니다. 부모가 직접 컨설팅을 해 줄 수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렇네요. 자기소개서를 백만 원 주고 썼다, 5백만 원 주고 썼다. 이런 건 공공연한 비밀처럼 소문으로 돌아다니더라고요. 이런 학종의 문제점이 있는데 이건 그대로 둔 채 지금 수능의 한 과목, 두 과목, 전과목 절대평가, 이것만 갖고 얘기하는 게 이게 지금 맞는 상황이냐? 이게 지금 현장의 불만인 거군요.

◆ 이범> 사실 일부에서는 일반고생들이 학종에 불리하지 않다. 여러 가지 통계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서울대 같은 경우를 보면 수능으로 들어가는 학생 중에 일반고 비율이 50%이고 학종으로 들어가는 학생 중에 일반고 비율이 또 한 50% 정도 됩니다. 그러면 학종이 일반고한테 불리한 건 아니지 않느냐 이런 주장을 하실 수 있는데요.

◇ 김현정> 그런데요?

◆ 이범> 주의할 게 이제 이 학종에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율 통계 중에 서울대 학종은 두 가지가 있거든요. 지역균형이 있고 수시일반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균형에는 원래 일반고가 굉장히 유리한 전형이에요. 그래서 이 일반고 비율이 한 90% 정도 차지하고 지역균형을 제외한 나머지 학종 즉 수시일반에서는 일반고 비율이 35% 정도밖에 안 됩니다.

◇ 김현정> 지역균형이라는 건 지역에 있는 학생들 배려해서 그 학교에서 한 명씩 뭐 추천받아서 보내는 거잖아요.

◆ 이범> 그렇죠. 내신성적을 워낙 많이 반영하고 또 학교에서 추천서 써줄 때 자연히 내신이 제일 우선인 학생을 추천을 해 줍니다.

◇ 김현정> 전교 1등이 받습니다.

◆ 이범> 그런데 문제는 뭐냐하면 이 지역균형 선발은 원래 학종이나 입학사정관제가 도입하기 전부터 있었던 전형입니다. 그런데 이걸 2010년대 초반에 은근슬쩍 학종으로 편입을 시켜버려요. 그러니까 자연히 학종 전체의 일반고 비율이 높아지게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데이터의 착시현상인 거죠?

◆ 이범> 그렇습니다. 통계적 착시현상이죠. 지역균형을 제외하면 나머지 학종의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밖에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능인 정시전형보다, 즉 50%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여주게 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 이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결과만 보면 일반고가 학종에 불리하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통계적 착시현상에 빠지는 거라고 보는 거죠.

◇ 김현정> 말씀해 주신 이런 상황에서 수능이 절대평가 확대되는 쪽으로 8월 31일날 결정이 나버리고 나면 수능의 영향력은 더 약해지는 거죠, 절대평가니까. 그럼 결과적으로 학종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 따라서 8월 31일에 결정을 일단은 미루고 생각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여당 안에서도 나오더라고요.

◆ 이범> 최근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동향을 보면 그래도 어쨌든 31일로 발표 약속을 했으니 31일날 1안, 2안 중에 발표를 하고 학종 등과 관련된 포괄적이고 보완적인 얘기는 추후로 발표를 하자. 이런 의견을 가진 분이 한 절반쯤 되시는 것 같고요. 일단은 미루자, 한두 달이라도 미뤄서 조금 더 종합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자. 이런 의견이 한 절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의 이 수능 관련된 혼란, 입시 관련된 혼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오늘 전문가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이범 선생님 고맙습니다.

◆ 이범>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교육평론가 이범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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