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헌도(사진 오른쪽)가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2회말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박헌도는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의 '신스틸러'였다.
0-0 동점이던 2회말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박헌도는 김동한의 안타 때 2루를 밟았다. 이어 문규현이 좌전안타를 때리자 주저없이 홈으로 달려들었다.
포수와의 치열한 접전,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LG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런데 리플레이가 반복 재생되면서 박헌도의 다소 어색한 슬라이딩이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장면을 본 조원우 롯데 감독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어야 하는 장면이라고 말하면서도 "본인은 나름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게 살면서 우리가 흐름을 가져왔다"고 말하며 박헌도의 필사적인 슬라이딩을 호평했다.
박헌도의 득점은 선제점이자 결승 득점이었고 롯데는 LG를 11-0으로 눌렀다.
박헌도는 25일 LG와의 주중 2연전 2차전에서도 팀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때도 슬라이딩이 주목을 받았다.
박헌도는 롯데가 0-2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우측 방면 2루타를 때렸다. 여유있는 2루타는 아니었다. 그래서 슬라이딩을 시도했는데 뻗은 다리가 제대로 미끄러지지 않았는지 2루에 닿기 전에 그만 몸이 멈췄다. 황급히 일어나 2루를 밟았다.
이후 강민호의 좌전안타 때 박헌도는 3루를 돌아 홈을 향해 전력질주 했다. LG의 송구 실책이 나오긴 했지만 송구가 제대로 됐어도 결과는 세이프였을 것이다. 박헌도는 포수의 위치를 살피고 옆으로 들어가는 멋진 슬라이딩을 펼쳤다.
이후 문규현의 내야땅볼 때 3루주자 강민호가 홈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슬라이딩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 다음 이닝 때 교체됐지만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가 5-2로 앞선 7회말에는 도루 3개가 쐐기 3점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선두타자 번즈는 내야안타로 출루하자마자 2루를 훔쳤고 게속된 1,3루 상황에서는 최준석의 대주자 나경민이 1루에서, 3루주자 손아섭이 3루에서 각각 다음 베이스를 훔치는 '더블 스틸'로 LG 내야진의 혼을 빼놓았다.
이처럼 롯데 타자들의 적극적이고 필사적인 주루 플레이는 요즘 상대팀들에게 적잖은 위협이 되고 있다.
롯데의 8월 도루 개수는 21개로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1위다. 롯데가 8월 이전까지 기록한 도루는 총 58개로 순위는 공동 4위였다. 한 베이스를 더 노리는 주루 플레이도 최근 롯데 공격에서 자주 보인다. 늘 성공하지는 못해도 그런 적극성은 상대 수비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실수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롯데의 8월 팀 타율과 OPS는 리그 평균과 비슷하지만 8월의 득점 생산 능력은 두산 베어스와 함께 1위를 다툰다. 주자가 나갔을 때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한 신중한 타격 그리고 득점권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인 타격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선 5회말 무사 1루에서 쐐기 투런홈런을 때린 손아섭은 "1루주자를 3루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와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조원우 감독은 최근 살아난 득점권 해결 능력에 대해 "계속 이기다보니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이 상승했다. 예전에는 못하면 안된다는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찬스 해결 능력이 전반기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롯데는 시즌 중반까지 잦은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날릴 때가 많았다. 병살타를 쳐도 괜찮으니 자신있게 스윙하라는 조원우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롯데의 중심타자들은 부담감을 내려놓은 대신 날개를 달았다.
최준석과 이대호는 8월에만 나란히 22, 21타점을 올리며 롯데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
롯데는 최근 5연승을 질주했고 지난 19경기에서 16승3패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4위를 지켰던 LG 트윈스를 멀리 밀어내고 이제 5위 넥센 히어로즈에 2.5경기차 앞선 4위로 자리를 굳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