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송승준 (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경기 전에 함께 상의한 전략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안방마님 강민호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송승준에게 예전과는 다른 볼 배합을 주문했다.
송승준은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커브와 직구를 던졌다. 갑자기 사인을 그렇게 내서 당황했다"고 웃으며 "다행히 컨트롤이 잘돼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오는 시속 140km 초반대의 직구를 LG 타자들이 멍하게 바라보거나 공에 스윙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송승준-강민호 배터리는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초반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갔고 상대를 몰아붙인 뒤 여유있게 결정구 승부를 펼쳤다.
롯데 선발진은 최근 10개 구단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승준을 비롯해 린드블럼, 레일리, 박세웅, 김원중 등 선발 5명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포수 강민호의 리드가 차지하는 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송승준은 강민호를 믿고 던졌다. 결과는 7이닝 무실점. 올 시즌 가장 눈부신 호투로 개인 통산 선발 100승을 달성했다. 롯데는 LG를 11-0으로 완파했다.
송승준에게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있었다. 바로 동료 선발투수들의 활약, 특히 후배들의 활약이었다.
송승준은 "나는 앞선 2경기에서 잘 못 던졌는데 다른 투수들은 잘 던졌다. 고참으로서 창피했다. 후배들이 내게 와서 조언을 구하는데 내가 못 던지고 있으니까 자존심도 상했다. 후배들에게 떳떳하게 말해주고 싶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승준이 8회 첫 타자까지 상대하면서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2연전 기간에 다소 지친 불펜은 힘을 비축할 여유를 얻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지친 불펜투수까지 쉬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송승준은 불펜을 도와야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송승준은 남은 정규리그 경기를 어떤 각오로 임하겠냐는 질문에 "몇점을 주든 6이닝 이상 꼭 던지고 싶다.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