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시즌 18호 투런홈런을 터트리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롯데 손아섭 (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한 주에 3개를 치기도 하고 아예 못 치기도 하고, 그게 야구인 것 같습니다"
손아섭은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끝난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17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이같이 말했다. 홈런을 노리지는 않았다며 "홈런을 의식하면 밸런스를 잃을 수 있다"며 그저 신중하게 타석에 임할 뿐이라고 했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홈런 개수가 어느덧 20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 21개의 도루를 기록한 손아섭은 KBO 리그 데뷔 후 첫 '20-20(홈런-도루)' 달성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손아섭의 말처럼 홈런은 치고 싶다고 언제든지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손아섭이 시즌 19번째 홈런을 쏘아올린 시점에서 잔여경기수가 얼마 남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많은 이들이 7월20일 울산 삼성 라이온즈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손아섭이 홈런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판독이 잘못돼 홈런을 도둑맞은 경기다.
이에 대해 손아섭은 '쿨'하게 반응했다. "만약 홈런 19개를 칠 거라면 아예 20개를 치겠다"며 웃었다. 당당하게 논란의 싹을 지우겠다는 의지다.
자신감이 물 오른 손아섭은 '20-20'을 향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손아섭은 25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18호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롯데가 3-2로 앞선 5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선 손아섭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LG 선발투수 헨리 소사가 던진 시속 149km 강속구를 때려 타구를 가운데 담장 밖으로 넘겼다.
손아섭은 전날 8회말 쐐기 3점홈런에 이어 이틀 연속 대포를 가동했다. 시즌 18호는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이기록. 손아섭은 2014년에 18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손아섭의 홈런은 영양가가 높았다. 점수차를 1점에서 3점으로 벌려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심어줬다. 또 평일에도 사직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수많은 롯데 팬들에게는 멋진 선물이었다.
손아섭은 '20-20'을 의식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의식를 안하기도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손아섭의 자세는 확고하다.
손아섭은 "우리 선수들 모두가 한 가지 목표로 가고 있다. 개인 기록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팀 성적이 좋으면 개인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아섭이 언급한 롯데 선수들의 유일한 목표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롯데는 이날 LG를 8-2로 완파하고 '엘롯라시코' 2연전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단독 4위를 굳게 지켰고 6위 LG와의 승차를 3경기로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