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들어 연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 청산에 대해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정작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귀를 염두에 둔 홍준표식 '보수통합' 계획이 사실상 통합보다는 흡수를 목표로 하고 있고, 그를 위한 명분 또한 '박근혜 출당' 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탓이다.
아울러 한국당 내 친박 의원들은 친박 청산은커녕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가능하겠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 '朴 출당' 공론화시킨 洪
홍 대표가 처음 박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지난 16일 대구 토크콘서트에서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 달라"는 한 대구 시민의 말에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언급하며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구(舊)체제와 단절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지난 22일에는 한 강원 민방에 출연해 "국정파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돌아올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니냐"며 바른정당을 향한 일종의 구애 표현을 구체화했다.
이처럼 홍 대표가 바른정당의 복귀를 시사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무너진 보수의 재건 때문이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점은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며 "당 재건을 위해 다 떠나버린 사람들을 불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흩어진 보수 우파 정당을 하나로 만들어 분열돼있는 우파 성향의 국민들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홍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된 바른정당이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나마 양당제 체제에서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홍 대표 입장에서는 내년 있을 지방선거 전까지 보수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우선 과제인 셈이다.
◇ 바른정당과 통합? 흡수 목표인 듯그러나 홍 대표가 바른정당을 상대로 당대당 통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의석수가 20석인 바른정당의 경우 1석만 빠져도 교섭단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홍 대표가 이 점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실제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귀'만을 언급할 뿐, '당 통합'의 필요성을 말한 적이 없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인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바른정당의 붕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른정당에서 한 사람만 한국당으로 넘어와도 바른정당은 무너질 것이라는 속내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에서는 언짢은 기색이 표출되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정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약 정말로 박 전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청산이 필요했다면 (홍 대표가) 지난해 11월, 또는 대선 전에 그런 견해를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와서 말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공학적 입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인 반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정운천 의원은 23일 cpbc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홍 대표가 "용서할 테니 돌아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말이 되나. 거기에서 박근혜 출당 정도 가지고 우리한테 구애한다고 하는데 그쪽에서 박근혜 국정농단을 에워싼 친박 세력들이 청산되어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방선거 전 보수통합이라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바른정당 내 한 의원도 통화에서 "이대로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충분히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가능성'을 두고 보면 힘들다"며 "아직은 바른정당 내부에 그런(복귀 가능성) 분위기가 형성돼있지가 않다"고 말했다.
◇ 혁신은 朴 출당으로 마무리, 당권에 집중?
홍 대표가 통합의 명분으로 삼는 인적 혁신 문제도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 청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홍 대표 스스로가 과거 여러 차례 "선출직에 대한 인적 청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친박 의원들에 대한 당적 정리 문제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출당으로 혁신의 표면적 모양새를 띠고 홍 대표는 당내 주도권을 잡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혁신위 내에서는 공천룰을 변경하는 논의가 오가고, 상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전략 공천을 강화하는, 즉 홍 대표의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에 한국당 내 친박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cp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우리 당은 거의 다 친박"이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친박 의원은 통화에서 "홍 대표가 뭐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잘 안 될 것"이라며 열을 올렸다. 그는 "누구도 '친박 청산'이라는 발언을 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서도 "강제 출당의 모양새를 취하려 하니까 문제"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