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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대부분 친환경 인증…소비자 "배신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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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된 32곳 중 28곳이 친환경 인증 농가…정부 "예상치 못한 결과"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직원들이 계란 출하 전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살충제 계란'이 적발된 32곳 중 28곳이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친환경 인증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청에 따르면, 17일 오전까지 전국 계란 농가 1239개 중 876개 농가에 대해 검사를 벌인 결과 32곳 농가의 계란에서 기준치 이상의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 "정부는 그동안 뭐했나" 인증 시스템 불신 확산

시민들은 분노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온 곽 모(47) 씨는 정부에 대한 불신부터 드러냈다.

해외에서 20대를 보낸 곽 씨는 "해외에 살 때 먹거리 문제 없었는데 한국에 와서 먹거리 문제를 많이 느낀다"며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고 이번 사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인증마크를 믿을 수 없으니, 이젠 사기업의 브랜드를 믿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11살 딸아이를 둔 안지영(43) 씨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 안 씨는 "친환경 제품을 양이 적더라도 돈을 더 주고 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화가난다"며 "어떤 기준으로 판매가 되는지도 불안하고, 그동안 정부는 도대체 뭘하고 있었는지 의문부터 든다"고 말했다.

손인실(49) 씨는 "정부가 계란 농가를 검사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믿음이 안간다"며 "기본적인 반찬인 계란에 이런 일이 생겨 배신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들은 16일부터 계란공급을 재개했지만 계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마트 전국 매장의 16일 계란 판매량이 전주대비 40% 준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적합판정을 받은 241개 농가 계란을 정상유통 한다고 밝힌 16일 오후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정부, 사후 관리없이 인증 남발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 대부분이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로 나타난 원인에 대해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예견된 일이라고 짚었다.

이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계란 등 식품을 보면 마크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친환경 인증을 제대로된 검사 없이 남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류 심사가 대부분이고, 실사를 한다고 해도 예고한 뒤 실사를 하고 있다"며 "인증 받을 때만 반짝 관리하고, 그 이후로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이라고 지적했다.

인증제도 자체가 안전을 담보하거나 소비자에게 믿음을 줄 수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단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수시 점검, 불시 점검 등을 통해 모니터링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친환경 인증제도란 축산과정에서 항생제나 살충제 같은 인위적인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축산농가에 대해 인증을 하는 제도다.

이번 조사결과, 친환경 인증을 받아 살충제 성분자체가 검출 돼선 안되는 780곳 중 63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 됐고 이 중 28곳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친환경 인증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농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도 이번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조사를 마치면 결과를 종합 분석한 뒤, 인증이 정말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도 개혁을 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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