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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적폐청산 수사, 윤석열이 주도해선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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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중간간부급 인사를 마친 문무일 검찰호(號)가 출범 고동소리를 울렸습니다.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망망대해로 향하는 순간입니다. 문무일 호는 검찰의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는 운명을 갖고 출발합니다. 동시에 '정치검찰'이라는 오욕도 벗어나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범하면서 밝힌 문무일 선장의 포부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사를 사과했지만 '인혁당'과 '약촌오거리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물론 석고대죄할 사건들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정의를 더럽혀 온 가장 최근의 정치수사는 단 한 사건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직전의 엊그제 정치검찰의 행태가 생생한데 언급하지 않고 그렇게 먼 기억의 과거만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직도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징표라 봅니다.

또 문무일 검찰총장의 '열린 검찰, 바른 검찰, 투명한 검찰'은 '수사 심의위원회' 같은 임시방편안으로는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화장발 개혁'이라고 부릅니다. 국민들은 다 압니다. 문 총장은 자신의 언급대로 정말로 놓아야 쥘 수 있습니다. 국회 법제도 개혁과정에서 검찰이 놓아야 할 것은 반드시 내놓아야 합니다.

다른 한 문제가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는 일입니다. 검찰 앞에는 이미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정치수사, 보복수사'라고 몰아붙일 사건이 당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입니다.

문 총장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국정원 적폐수사는 과거정권,죽은 정권에 대한 수사입니다. 새정권이 출법했고 반대진영에선 무조건 '정치보복 수사'라고 마냥 비난할 사건입니다. 벌써부터 반대진영에서 그렇게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정권과 검찰의 신밀월이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 라인' 검찰요직 기용…수사중립 걱정된다"는 보수 언론 비판입니다. 국정원 적폐사건을 수사할 심장부를 '코드 인사'로 몰아가면서 수사의 정당성을 흠집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사 착수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물론 언론 비판 기능의 일부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사를 본격화 하면 이런 보수 야당과 언론의 프레임은 더 극성을 부릴 겁니다. 이 사안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국정원 적폐 수사는 '특검'을 만들어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법입니다. 검찰 보다는 국회에서 별도의 특검을 구성해 수사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 정부도 '정치 보복'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검찰도 '정치 검찰'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특검 구성'이 원활치 않을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를 할테니까요. 이래저래 결국 검찰 몫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 윤석열의 서울지검 대신 별도의 '특별수사팀'이나 '특임검사' 지명 검토 필요

국정원과 윤석열 서울지검장 (사진=자료사진)

 

그렇다면 검찰이 '정치보복·코드수사'라는 프레임을 최소화 할 방법은 찾아 보는 건 어떨까요?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를 윤석열 서울지검장에게 맡기지 않고 별도의 '특별수사팀'이나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는 겁니다.

어느 누구보다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를 잘 할 사람은 윤석열 검사장입니다. 서울지검이 체제도 갖췄구요. 그러나 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지검이 수사를 하면 반대진영에선 '보복 수사'라며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킬 겁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때 타깃은 MB정권의 원세훈 원장이었지만 댓글로 인해 실질적 수혜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윤 검사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수사를 하다가 쫓겨났습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기 때문에 '보복 수사'라는 말을 입조차 담을 수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제 역전되었습니다. 지금 적폐 수사는 물리적으로 죽은 정권에 대한 수사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국정원 적폐수사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범죄 혐의가 나온 이상 그냥 덮고 갈 수 없지 않습니까? 목표는 적폐의 실체적 규명이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과 정권이 '보복 수사'라는 비판을 최소화 하면서 적폐청산이라는 목표 달성을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특별수사팀이나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는 것이 한편으로 윤석열 검사장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국정원의 적폐를 수사하는데 그 보다 더 경험과 소신을 가진 검사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국정원 적폐 사건'은 댓글사건과 연속선상에 있는 하나의 연결된 사건들입니다. 하지만 그 범죄를 수사해야 할 시점은 변했습니다. 댓글수사는 권력이 살아 있을 때 수사였습니다. 반면 이번 적폐청산 수사는 죽은 권력을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우리 사회의 어떤 사람들은 죽은 권력을 수사하면 '정치 보복'이라고 무조건 손가락질하게 돼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당파적 문제이기도 하고 '떼쓰기'의 일종이기도 합니다. 도리가 없습니다.

늘 정권이 바뀔때마다 그랬습니다. 검찰은 자의든 타의든 운명처럼 한복판에서 칼을 휘둘렀습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보복 수사. 정치 검찰'이라는 비난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비법은 없습니다. 다만 목표 달성을 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 할 방법이 있다면 그 방안을 찾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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