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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줄 '바싹' 마른 시민단체… '희생정신'도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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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주머니, 길 잃은 시민 담론 ②] "활동가도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계기로 변화 이끌어야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민단체들의 주머니 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끼는 선에서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명감'으로 버티기는 그들이만, 이제는 재정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시민단체의 열악한 현재를 조명하는 한편 이들이 준비하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최저임금 인상 반기지만… 시민단체 "어쩔 수 없이 눈앞이 캄캄"
② 자금줄 '바싹' 마른 시민단체… '희생정신'도 한계
③ 재정 활로 모색하는 시민단체 "'순수' 패러다임 바꿔야"


사회적 요구를 표출하는 데 "반드시 시민단체를 통해야만 한다"는 시대는 갔다. 시민들의 효능감이 떨어지면서, 또 다른 선택지들이 생겨나면서 시민단체들은 상대적인 입지를 잃고 재정난에 몰렸다. 시민단체가 활동가들의 '희생정신'에 기대는 데에도 한계가 생긴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가깝고도 먼 시민-시민단체, 법적 장애까지 한술 더

지난 1994년 창립된 참여연대는 회원들의 순수 회비만으로도 활동가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선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의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단체다.

하지만 모든 시민단체들이 참여연대와 같을 순 없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위원장은 "오랜 활동으로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참여연대는 늘 1만 5000명 정도의 회원 수를 유지하면서 회비 납부율을 꾸준히 상승시켜 왔다"며 "그러나 스스로 홍보할 기회나 지원책이 부족한 다른 단체들은 자발적인 회원가입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민과 시민단체의 괴리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정선애 센터장은 시민단체와 시민의 거리가 '전과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초기 시민단체들은 한국 사회의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면서 열광적인 호응과 높은 신뢰를 받았다"며 "그러나 어떤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시민의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확장돼야 했는데 그런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지리산 댐, 4대강 사업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몇 년 간 주목해온 의제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막아내는' 일은 시민들이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운 주제들"이라며 “결과적으로 단체가 노력을 기울이는 데 비해 사회적 평가는 인색하고 이것이 결국 고질적인 재정난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굳이 시민단체가 아니어도 된다는 기능성에 대한 도전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 센터장은 "과거 시민들은 시민단체에 후원함으로써 여러 요구를 했으나 최근엔 크라우드펀딩 등 시민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겼다"며 "다양한 방식의 모임과 운동이 확장되면서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법적인 장애까지 숟가락을 얹고 있는 형국이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자치부장관‧특별 및 광역시장 등에게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익을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익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어떤 단체든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게 문제"라며 "실제 제주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반대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친 단체들이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또, 같은 법 제16조에 따르면 등록을 하지 않은 단체들이 기부 금품 모집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이 가해진다. 염 변호사는 "등록을 안 하고 모금을 하는 자체가 곧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인 것은 개인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횡령‧배임이나 사기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해당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법이 안 그래도 가벼운 시민단체들의 주머니를 더욱 단단히 옭아매버리고 있는 셈이다.

◇ "혁명 이후가 중요하다"… 어엿한 노동자로서의 활동가

활동가들은 이 같은 재정난에 직격탄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을 간신히 충족하는 임금을 받으며 현장에서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강요받기 일쑤다. 활동가인 동시에 한명의 노동자지만 사회적 인식은 물론,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실정이다.

참여연대 이 정책위원장은 "시민사회 운동이 대체로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정부의 견제 속에 만들어지다 보니 재정적으로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과 결의에 기댔다"며 "자원 활동으로 시작돼 상근자로 정착이 되는 과정에서 '노사관계' 등 사회적 의미를 따질 계제가 없는 상황으로 시작된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야말로 '시대가 변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단체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활동가들은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됐다"며 “시민단체가 단순한 집회 및 결사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 된 만큼 제도가 요구하는 기준을 갖추기 위한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줬지만 한편으론 더 이상 '희생정신'만을 명분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현실 인식으로도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시민단체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촛불집회를 언급하고는 "혁명 이후가 중요하다"며 "혁명은 열정으로 이뤘으나 이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을 실제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활동가를 '공익 추구자'로 취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엿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인식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은 "언제까지 저임금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감내해야 하냐"며 "모든 시민단체가 활동비를 최저임금 이상 수준으로 지급하도록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다만 최 대변인은 "모든 해결을 시민단체가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과 시민사회 전체가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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