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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왜 '오해'를 풀어 달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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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구형 선고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욕심냈다는 것은 너무 심한 오해입니다. 그 오해를 풀지 못하면 좋은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오해는 꼭 풀어주십시요"

삼성 뇌물죄 1심 공판에서 최종의견 진술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감정은 복잡해 보였다. 특검이 12년을 구형하자 이 부회장은 순간 충격을 먹은 듯 말은 떨렸고 중간중간 목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그는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면서 삼성합병과 관련된 '오해'를 꼭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왜 국민연금과 관련된 '오해'를 꼭 풀어달라고 요구했을까?

전직 판사출신인 한 변호사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삼성합병이 뇌물죄 구성에서 핵심 요건이고 경영승계 현안 가운데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무죄를 선고 받기 위해 이 부분 오해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노후 자금까지 손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고 결과적으로 무죄 심증을 굳히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우선 당장은 신체적 구속형에서 벗어나는 것이 지상과제인 만큼 당연히 언급할 수 있는 최종의견 진술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지켜보면, 국민연금을 동원한 삼성합병 건은 그에게 '천형같은 멍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중압감'이 엿보인다.

12년 구형 선고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는 초록색 노트에 적은 최종 진술에서 또 이렇게 밝혔다.

"삼성이 잘못되면 안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큰 부분을 놓쳤습니다. 우리 사회와 국민의 삼성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높아졌는데 많은 부족함이 재판에서 드러나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제가 평소 경영을 맡으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고 사회에서 존경 받는 기업인이 되기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뜻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서 착잡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할아버지 선대회장은 피땀 흘려 삼성그룹을 세웠고,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는데 자신은 별다른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속돼 재판받는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보여준다.

재판을 지켜 본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고 싶었지만, 뜻도 펴보기 전에 별 능력이 없는 '3세 경영인'으로 사회적 낙인을 받지는 않을까. 또
그러한 인식이 자신이 재기하는데도 상당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묻어 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재판부의 피고인 신문에서도 이 부회장의 비슷한 고민이 깊게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 피고인에게 '삼성 경영과 지배력 강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재판부 = "경영과 삼성의 지배력 강화가 어떤 관계에 있나요?"

이재용 = "삼성을 창업한 선대회장과 아버지 회장과는 다릅니다. 3대에겐(3세 경영인) 사회의 요구와 제 3의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이해당사자,주주)들과 더 지혜롭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더 인정 받고 가깝게는 임직원한테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분율도 높으면 안정적이겠지만 지분율을 1-2% 높이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회사가 작다면 2세, 3세의 지분율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되고, 공적인 요소가 있는 금융기관인 삼성생명은 단순한 지배라는 측면보다는 올바른 경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임직원들에게 비전을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무죄를 받아야 하는 '이재용'과 그를 토대로 글로벌기업 경영자로 재기해야 하는 '이재용'의 고민이 중첩된다. 전자는 신체 구속에 대한 무죄의 항변이고, 후자는 글로벌기업 3세 경영인으로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에 대한 탄식과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오해'가 풀릴지는 8월 25일 선고가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법정 구속)을 만나 '합병을 무조건 성사되게 해달라'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삼성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합병 등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기획한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완성 지으려면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경영 성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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