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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 "국정원·사측 압박에 보도 어려웠다"…진상조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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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법조팀 기자들, 국정원 아이템 나가기 어려웠던 분위기 증언

지난 2013년 8월 20일자 KBS '뉴스9' 보도

 

지난 3일 한겨레의 보도로 국정원이 직원뿐 아니라 민간인 3500여 명을 동원해 '댓글 조작' 작업에 나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4년 전 KBS도 국정원 심리전단과 관련한 내용을 추적했으나, 국정원과 당시 경영진 압박 때문에 보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부의 문제제기가 나왔다.

당시 법조팀에서 국정원 관련 취재를 했던 A 기자는 지난 4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기자들이 국정원 B 팀장에게 '나라를 걱정해야 할 KBS가 이러면 어떡하느냐' 등의 항의와 기사 보류 압박을 받았다며 정확한 사태 파악을 위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은 국정원이 직원을 활용해 정치 관련된 사안에 댓글 작업을 했다는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기다.

그 해 8월 20일 KBS '뉴스9'에 나간 ["국정원 심리전단에 12개 파트"…수백만 건 리트윗?] 리포트는 국정원의 심리전 파트가 총 12개로 확인됐고, 각 팀마다 포털·커뮤니티 등 담당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 부대의 구체적인 조직과 규모를 처음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보도였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발제와 취재·보도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취재기자는 국정원 댓글사건 2차 청문회가 있던 19일 9시 뉴스에 보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당시 법조팀장으로부터 '다 나온 이야기'라는 부정적 입장을 들어야 했다. 취재기자와 법조반장 등의 강력한 요구 끝에 리포트는 다음날인 20일 방송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해당 보도 후 취재기자는 법조팀 파견이 해제됐고, KBS 안전관리실과 디지털뉴스국에서는 KBS 홈페이지와 사내 엘리베이터 스크롤에서 그 보도를 빼라는 지시가 와 결국 기사가 내려갔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이 사건 이후 KBS 보도국 분위기는 국정원 아이템에 대해 더 위축됐고, 그 배경에는 국정원 직원인 B 팀장의 '기사 보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KBS 내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B 팀장은 길환영 전 사장의 대학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환영 전 KBS 사장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A 기자는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목요일에 언론 보도로 국정원 댓글 부대 규모가 밝혀지지 않았나. 그 기사를 보니 왜 우리는 그때 취재 못했는지 답답한 기억이 떠올랐고, 시시비비를 조사해 따질 건 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글을 쓴 취지를 밝혔다.

A 기자는 "저도 (국정원) 기사를 썼을 때 (B 팀장에게서) 몇 번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오래 전 일이라 몇 월 며칠이었는지까지는 복기가 안 되지만 전화를 주고 받은 건 맞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8월 20일 보도가 나간) 이후 국정원 아이템이 나가기 어려웠다는 것은 당시 법조기자들의 평가다. 아이템을 내도 잘 안 받아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를 한 C 기자는 "저한테 국정원 직접적으로 전화해 기사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압박이 있었다면) 사장 쪽으로 압박이 전해졌다고 생각하는데, (국정원 관련) 기사가 나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김시곤 전 국장은 같은 날 국장업무 일일기록을 공개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전했다. 김 전 국장은 국정원 관련 보도 2개를 균형에 맞춰 6, 7번째로 편집했으나, 정치부 기사가 빠져 법조팀 기사만 나가게 될 상황이 되자 길 전 사장이 보도를 내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KBS 특종을 안 낼 경우 국장으로서 기자들을 통솔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당초 6번째였던 순서를 14번째로 내려 겨우 방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국장은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2013년 8월 21일 오전 편집회의 중 정치부장 등 다른 간부들과 함께 사장실로 소환됐으며, 길 전 사장은 "똑바로 좀 해~ 어떻게 이런 게 나갈 수 있어?"라고 고함쳤다고 전했다.

KBS 인터넷 홈페이지와 엘리베이터 내 TV 화면 뉴스속보 자막에서 특종 보도가 빠진 것은, 사장 비서와 안전관리실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디지털뉴스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일어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2013년 당시 국정원 여론 조작 취재를 했던 기자들이 직접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선 만큼, 조만간 공식적인 진상규명 요구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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