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직후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북 대화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과 남북 핫라인 확보를 위한 남북 군사 당국자 간 회담 등 인도적이고 시급한 과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필요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대북대화를 말했다고 하는데 정말 궁금해서 한번 여쭤본다. 실제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 보셨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이 '북한에 제의한 대화는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제의가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심자 회담 등 인도적인 조치를 취해야할 부분과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군사 핫라인 복원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그(남북 적십자‧군사당국 회담)를 통한 긴장완화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본질이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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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트 대통령의 질문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봤는지 한 번 물은 것이고 문 대통령은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거나 포기할 때까지는 제재와 압박을 할 때이지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남북 대화 시도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까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국면이 아니지 않느냐'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압박과 제재를 해야 할 때'라고 문 대통령이 수십 번 이야기한 것을 다시 한번 설명한 것이고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해결의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다. 남북관계 개선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분리해서 말해왔고 오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두 가지가) 섞이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정확히 선을 그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적 조치를 위한 대화와 유엔 대북 제재와 관련된 대화가 별개로 진행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할 때도 인도적 대화는 필요하다고 (문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왔다"며 "군사 당국 간 회담은 핫라인 복원을 위한 대화로 그런 것은 당연히 북핵 미사일과는 상관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북미대화가 거론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문 대통령이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일반적인 말씀을 하셨다"며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핵을 가지려는 과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제재·압박과 대화의 병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야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묻지마 대북 유화기조'로 오독(誤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