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보조작 사과 20여일 만에 출마 선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선언으로 국민의당이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현역 의원 12명이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성명을 내며 집단 행동에 돌입했고, 당권 경쟁 후보인 천정배 의원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당내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安 출마는 불쾌지수 높이는 뉴스" 출마 소식에 비난 '봇물'3일 오후 3시 녹색 넥타이를 메고 당사에 모습을 드러낸 안 전 대표가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기 위해 전진하겠다"며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자 의원들은 "충격적"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당 소속 의원 12명이 안 전 대표 출마회견 직전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종회, 박주현, 박준영, 유성엽, 이상돈, 이찬열, 장병완, 장정숙, 정인화, 조배숙, 주승용, 황주홍 의원은 출마 선언 직전 낸 성명서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국민의당이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지금 출마는 정당정치에 있어 책임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 의원은 "당초 20명으로 명단을 꾸릴 예정이었다"며 "안 전 대표의 출마로 이미 당이 엉망이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한 재선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는) 날 더운데 불쾌지수 높게 하는 소식"이라며 비아냥댔다.
비판의 목소리는 친안철수계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를 적극 도왔던 김경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시기와 명분, 방향이 없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부적절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의원은 "절대다수 의원들과 많은 분이 반대했다"며 "후보등록일인 10일까지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사퇴를 권유했다.
◇ 안 전 대표 당권 도전, 탈당 도미노로 이어질까국민의당이 안 전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동영 의원은 "이제 국민의당은 사당이나 공당이냐의 중대 실험대에 섰다"고 비판했고, 천정배 의원도 "후보 자신에게조차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안 전 대표가 "같이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호남 민심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증거조작 사건의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호남 여론도 부글부글한다"며 "안 전 대표의 특기가 양보에서 출마로 바뀌었다"고 비꼬았다.
일부 원외위원장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도 감지된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 등 20여명은 오는 8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상당수 지역 원외위원장들이 국민의당 간판으로 이제 활동하기 어렵게 됐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대화방에서 탈당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지금 당장 탈당할 의원들은 없다"면서도 "이미 당 분위기가 안좋은 상황이 됐다. 한두사람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상치 않은 원내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