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썰전'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두고, 유시민 작가가 재판부의 법 적용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한편 "국무위원으로서 계속 거짓말을 했던 조 전 장관은 정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작가는 지난 3일 밤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내가 (지난 2014년 6월 부임한)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라고 치자"라고 말문을 열었다.
"아무개 비서관이 저에게 '수석님 오시기 전 일인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문화예술인 지원을 배제하는, 뭐 그런 일이 있었어요'라는 얘기를 지나가는 말처럼 했다고 치자. 그러면 정무수석으로서 내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안했지만, 알고 있었잖나. 그것이 (국회) 청문회 위증으로 걸린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그것(블랙리스트)이 집행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정무수석으로서 알아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러다가 (지난해 9월 블랙리스트와 직접 관련된) 문체부 장관으로 또 갔다. 장관으로 갔으면 내가 정무수석으로서 들었던 그 이야기가 지금 여기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내 소관업무니까 당연히 점검해 봤어야잖나. 그것도 안했다. 그 다음에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블랙리스트 문제로 국회의원들이 질의를 했다. 그러면 돌아와서 담당자들 불러서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를 다 듣고 '지금이라도 시정하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일을 하나도 안했다는 것 아닌가."
이에 박형준 교수는 "그것은 장관으로서의 직무수행이 부족했던 점에서는 얘기가 되지만, 법적으로 직권남용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아니다. 직권남용은 자기와 관계된 공무원이 특정한 일이나 권리행사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1심 판결은)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기준으로 뭐를 해라 마라 했던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조 전 장관의 태도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마찬가지로 '나 바보예요' '먹고 놀았어요'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질타했고, 박 교수도 "'나는 바보지만 죄는 안 지었어요'라고 되는 것"이라고 동의했다.
유 작가는 "이것(조 전 장관의 입장)은 다 거짓말이라고 본다. 내 전임자가 법에 어긋나는 일을 공무원 조직에, 산하기관에 시켜놨고 그 일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안했다. 이것은 솔직히 직권남용 아닌가"라고 법과 상식의 괴리를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죄를 매우 좁은 의미로 적용했다"는 유 작가의 결론에 대해 박 교수는 "그렇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한다면, 정권의 성향과 맞는 단체들이 지원을 많이 받고 그렇지 않은 단체들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것은 역대 정권에서 다 있었던 일이다. 마찬가지로 다 직권남용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유 작가는 "그 점이 되게 중요하다. 이번 재판부가 펼친 논리 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를 표방하고 대통령이 됐으니 정책이나 재정지원이 보수쪽으로 가는 것은 그 자체가 위법이 아닌, 헌법의 원리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랬잖나"라며 설명을 이었다.
"저도 그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불법적인 수단을 쓰지 않고, 모든 것을 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컨대 그런 쪽으로 알아서 할 사람을 앉혔더니 그 사람이 위원회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자원 배분하면서 정부 성향 쪽으로 (지원이) 많이 갔다면 불만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범죄라고 얘기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번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의) 경우는 목적을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쓴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어 "조윤선 전 장관도 법률가잖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연세가 많이 드셔서 그런 방어시스템, 이런 것들이 약화돼 있기 때문에 걸려든 것"이라며 "정말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법이라는 그물에 잘 안 걸린다"고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의 1심 판결은) 그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위증 빼고 나머지 혐의에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조 전 장관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국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몰랐다고 계속 거짓말했던 것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국무위원으로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