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춘(왼쪽 세 번째)의 2017 삼순 데플림픽 3관왕 시작은 안성조(왼쪽 두 번째)와 짝을 이뤄 출전한 2인조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저는 불효자였어요. 그래서 지금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보고 싶네요”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남자 볼링 5개 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쓴 서영춘(46)은 가장 먼저 아버지를 떠올렸다.
서영춘은 이번 대회에서 볼링 남자 2인조와 3인조, 마스터즈에서 차례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3관왕에 올랐다. 4년 전 소피아 대회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기록했고 2년 전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 때 2인조와 3인조 은메달, 5인조 금메달을 수확했던 서영춘이지만 3관왕은 처음이었다.
‘2인자’ 그늘을 벗고 당당히 ‘1인자’로 우뚝 선 서영춘은 “공식 훈련 때부터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내 감을 믿고 고집대로 개인전을 하다가 내 자리를 찾지 못했다. 코치님의 말을 듣고 공을 바꿨는데 그때는 너무 늦었다”면서 “코칭 스태프의 말을 듣고 2인조부터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 덕분에 마스터즈는 항상 떨어졌는데 처음 메달을 땄다”고 활짝 웃었다.
서영춘은 경기 내내 힘있게 공을 던지며 단연 돋보이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2017 삼순 데플림픽 남자 볼링에 걸린 5개 금메달 가운데 3개를 차지했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서영춘은 특히나 팀 동료 안성조(28.경북도청)와 마스터즈 결승에서 만나 승리를 거둔 것에 더욱 기뻐했다. “항상 실패했기 때문에 (안성조와) 결승 대결은 생각도 못 했다. 마스터즈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다”고 3관왕 등극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탁구선수였던 서영춘은 우연한 기회에 친구를 따라 볼링장에 갔다 볼링의 매력에 푹 빠졌다. 탁구대 위에서 쉴 새 없이 오가는 공만 보던 그에게 레인 위에서 회전하고 핀을 쓰러뜨리는 볼링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때부터 맛을 들였다. 친구들과 내기로 시작한 볼링인데 선수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데플림픽까지 나와서 3관왕까지 됐다”는 서영춘은 “이제 친구들이 나와는 볼링을 안 치려고 할 것 같다”고 너스레까지 떨었다.
볼링장에서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경기에 나섰던 서영춘이지만 세 번째 금메달을 따고 난 뒤에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