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여당의 초고소득 증세론과 제 1야당의 서민감세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역할이 주목된다.
두 정당은 양쪽 모두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표면적으론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때처럼 정부 여당과 중재안을 도출한 뒤 '강경 반대' 입장인 한국당을 견인하며 증세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야 3당은 정부 여당의 초고소득 증세 방침에 대해 각론은 다르지만,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공유했었다. 이 같은 1여 3야 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한국당이 담뱃세 인하로 서민감세론을 띄우면서다. 담뱃세 인상을 주도했던 한국당이 이제와서 다시 인하법안 추진을 주도하는 건 새 정부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가세했다.
부자증세와 서민감세 논쟁 속에서 이제 두 당은 양비론을 펼치며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양당을 꿰는 공통 메시지는 '포퓰리즘'이다. 민주당이 극소수 계층을 떼어내 증세를 시도하는 것도, 한국당이 서민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감세 맞불을 놓는 것도 세금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세법 개정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포퓰리즘 경쟁 중이다.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정치 선동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바른정당은 미래세대 편에 서서 바른증세, 바른감세 논의에는 적극 임하겠지만 묻지마 증세, 닥치고 증세와 당해봐라 감세, 맞불놓기 감세는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세 자체에 반대하는 한국당과 달리 두 당은 여당과의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다. 한국당이 소외되는 신 3당(민주·국민·바른)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도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증세와 관련한 두 당의 대선 공약이 민주당과 큰 맥락에서 차이가 없다며 "왜 자유한국당과 같은 배를 타느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공약,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중부담·중복지는 민주당의 과세 정상화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손을 내밀었다. 추경안 통과 직후 "3당 공조는 좋은 모델"이라고 했던 본인의 구상을 이번 증세 정국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반대 기조만 유지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증세 정국은 두 야당이 어느 선까지 본인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고, 여당이 이에 얼만큼 양보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일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속도조절론'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허리띠를 졸라 매는 재정 개혁을 (우선) 단행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노력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신뢰 로드맵 만들어야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증세 전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뒤늦게 증세론을 띄우는 정부 여당의 태도도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증세는 최후 수단이라고 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핀셋 증세'의 10배도 넘는 공약이행 재원조달을 위한 전면적인 세제개편안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