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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돈 문제' 걸림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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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불투명·경영평가 논란에 정규직 반발 우려… "勞政 협의에 답 있다"

 

NOCUTBIZ
최근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계획에서 예산 문제 언급이 슬그머니 빠진 가운데 정부와 노동계 모두 '돈' 문제 앞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勞 "불투명한 전환 예산·일방적인 경영평가 개편… 걱정 지울 수 없어"

정부는 지난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독 소요 예산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는 약속 아래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 초점을 둬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되, 실제 예산이 필요한 임금 인상·수당 및 복지 보장 등 처우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식이다.

간신히 설명한 재원 확보 방안이라고는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전환에서는 기존 용역업체가 챙겼던 운영비(8%)와 이윤(7%)를 합해 15% 가량을 임금으로 지급해 처우개선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땜질식 처방 뿐이었다.

물론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먹구구식 계산에 불과하다. 당장 각종 복지혜택과 상여금 등을 기존 정규직과 맞추고, 본봉 상승에 따라 수당 등이 인상되면 인건비 상승은 피할 수 없다. 또 불어난 인원만큼 각 기관의 노무 관리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정규직 전환 규모와 소요예산에 대해 전환기준을 확정하 뒤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해봐야 전환규모 및 재정수요 추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을 피해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칫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관련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규직 연대'를 강조하며 기존 정규직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가 힘을 얻은 이유는 기존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에도 원인이 있다. 공공기관의 총액인건비나 지자체의 기준인건비 등 인건비가 늘어날수록 정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현행 제도 상으로는 정규직 전환을 늘릴수록 기관으로서는 손해인 셈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에 정규직 전환에 돌입하는 각 기관마다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9월 2일 제출될 정부예산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경영평가 방식도 수정해 비정규직의 전환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해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공공운수노조 박준형 정책실장은 "조사 기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 조사가 되도 지침에 따라 필요한 비용 등을 모두 예산안에 반영한다는 확실한 정책적 의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부처마다 책임을 떠넘기며 명쾌한 답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번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기관 가운데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은 기획재정부가 직접 예산을 통제하기 때문에 일단 예산안에 반영이 되면 순조롭게 정규직 전환이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국공립 교육기관이다. 각자 안전행정부와 교육부가 교부금 형태로 관련 예산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두 부처는 아직 정규직 전환 논의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박 실장은 경영평가에 대해서도 "그동안 경영평가에 문제점이 많아 노조 측도 요구안을 만들고 있는데, 기재부가 노정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며 "원칙상 평가 기준은 전년도에 미리 나와야 해서 바쁠 수밖에 없지만, 노정 협의로 반드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피할 수 없을 기존 정규직 반발… 비정규직 해결 적기 잡을 수 있을까

노동계 내부에서도 정부가 요구한 정규직 연대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그동안 정부 측은 공공부문 인건비를 통제해 절약한 임금으로 추가고용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거론할 때마다 정규직 '양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노동자들에 떠넘긴다'는 반발 속에 실제 발표된 자료에서는 '연대'라는 표현으로 순화됐다.

물론 정부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경영평가를 개편한다면 기존 정규직의 반대에도 굳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추지는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으로서는 불이익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이 적립해온 각종 사내 기금 등의 혜택은 직원 수에 따라 1/n 형태로 분배하는데, 정규직이 크게 늘어날 경우 기존 정규직들로서는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금도 문제다. 현재 기재부는 인건비의 3% 증가분까지 정규직 전환을 위해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를 초과하도록 정규직이 전환될 경우 기존 정규직들의 연말 성과금 등 각종 혜택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박 정책실장도 "당연히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서 상생해야 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급히 추진하느라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공감대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결국 구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노조도 복지나 처우에 대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 예산 논란은 핑계에 가깝다. 인천공항은 수년간 막대한 흑자를 기록해도 정규직 전환을 피한 사례에서 보듯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지난 17일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하면서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으로 인정하고, 전면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기관 중 시에서 예산 지원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뿐, 나머지 기관들은 모두 연차휴가를 소진하도록 독려해 수당을 적립하는 등 잔여인건비를 활용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또 김 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63.5%가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로 평균연령이 58세에 달하고, 고령자 촉진법으로 신규채용도 55세 이상자"라며 "아무리 임금을 많이 주더라도 10년 일하면 퇴직하기 때문에 사실 '임금 폭탄' 등은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향후 2년 가량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결정짓는 시점이라고 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어차피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기존 업체와의 계약이 끝나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므로 너무 서두르지 말고 노정이 차분히 협의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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