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아쉬움 떨칠게요'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에이스 심석희가 25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내년 평창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태릉=노컷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가 열린 25일 서울 태릉선수촌. 남녀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은 새벽 6시부터 선수촌 트랙을 달리고 웨이트 훈련을 하는 등 비지땀을 흘렸다. 이후 오후에는 빙판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단내 나는 일정이다.
선수들의 시선은 당연히 내년 2월 강원도 평창을 향하고 있다. 안방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확실한 쇼트트랙 최강국의 태극기를 꽂기 위한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이들 중 누구보다 평창 대회를 벼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여자 대표팀 에이스 심석희(20 · 한체대)다. 심석희는 지난 2014 소치올림픽 계주 3000m에서 막판 눈부신 역주로 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물론 중국이 실격처리되긴 했지만 당시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을 후련하게 씻어낸 전율의 스퍼트였다.
하지만 심석희에게도 진한 아쉬움은 남았다. 바로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주종목인 1500m에서 저우양(중국)에 아쉽게 막판 추월을 허용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1000m에서는 긴 다리로 중국 선수들을 견제하는 역할까지 맡아 선배 박승희(스포츠토토)의 금메달을 도우며 값진 동메달을 보탰다.
4년이 지나 심석희는 막내에서 대표팀 고참급으로 위상이 올랐다. 현재 대표팀에서는 김아랑(22 · 한체대)이 최고참이지만 경험에서나 실력에서나 심석희가 팀을 이끄는 중추를 맡고 있다.
이날 심석희는 "평창에서도 일단 계주 금메달을 따내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같이 시상대 맨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다. 심석희는 물론 다른 동료들도 한목소리다. 대표팀의 찰떡 호흡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평창 파이팅' 쇼트트랙 남녀 대표팀 선수단이 25일 미디어데이에서 평창올림픽을 위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앞줄 왼쪽 2, 3번째가 심석희와 최민정이다.(태릉=노컷뉴스)
하지만 개인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선수 개개인이 세계 정상급의 실력이다 보니 불가피한 일이다. 평창에서도 한판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심석희는 무서운 후배 최민정(19 · 성남시청)과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최민정은 2015, 2016년 세계선수권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1500m가 주종목인 심석희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지난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최민정이 1500m에서 심석희를 제치고 우승한 바 있다.
심석희에게는 어쩌면 4년 전의 아쉬움이 다시 생길지도 모를 일. 그러나 심석희는 특유의 쿨한 성격으로 후배와 라이벌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심석희는 "(최)민정이에게는 진 적이 너무 많아서 자존심이 상할 일이 없다"며 웃었다.
이는 최민정 역시 마찬가지.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 심석희는 1000m 우승으로 나란히 최민정과 함께 다관왕에 올랐다. 둘은 같은 소속사(갤럭시아SM)로 절친한 사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개인전 금메달이 아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다소 세속적 질문에 심석희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3위를 해도 기분좋을 때가 있다"면서 "내가 준비한 만큼 경기를 해서 그 과정이 좋으면 그렇다는 뜻"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평창도 이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심석희는 "4년 전 소치에서는 1500m에서 마지막에 내 실수가 있었다"면서 "금메달 주인공이 저우양이 아니고 한국 선수였어도 아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창에서도 내가 준비한 대로 과정을 밟아간다면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한다면 결국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심석희는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없지만 좋은 과정을 밟아간다면 소치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심석희의 금빛 질주가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