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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문건’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자유한국당은 20일 청와대의 네 번째 문건 공개에 대해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였다.
이 같은 기류의 저변에는 두 가지 흐름이 깔려 있다. 청와대의 문건 공개와 검찰로의 자료 이관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판단이 우선한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속수무책의 심리가 존재한다. 위법 여부를 떠나 정치적 사안이라는 측면에서 국정농단 관련 자료를 적극 반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문건 공개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14‧17‧18일 연일 문건을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오늘 무려 네 번째 생중계를 통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전임 정부 문서 공개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제동장치가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며 “위법성 지적과 고발에도 아랑곳 않고 재판 개입을 위해 공개하는 청와대는 치외법권이라도 가진 것이냐”고 성토했다.
국가기록원 원장을 역임한 한국당 박찬우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문건을 다루는 방식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12조를 지적했다. 12조에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이 공공기관 밖으로 유출되거나 이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를 회수하거나 이관받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캐비닛 문건을 미처 이관되지 않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즉시 회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발견 즉시 봉인해야 하는데 회람하고 공개하고 검찰에 이관하는 것은 대참사”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 19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한국당이 박 대변인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연일 문건을 공개하는 의도를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 시한(10월 17일) 내 위법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증거를 보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뇌물죄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 관련 문건을 터뜨리는 등 의도가 짚히는 대목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적 공세라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8일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가 시작되나 보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캐비닛 문건에 대해 “박근혜 정권의 국정실패로 어부지리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권의 작성불명의 서류뭉치”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국정농단과의 연관성을 털지 못하고 오히려 비호하는 듯한 지도부에 대한 반감도 생겨나고 있다.
탄핵 찬성파인 바른정당 탈당파의 경우 홍 대표와 류석춘 혁신위원장 등이 혁신위원회를 꾸리면서 ‘탄핵 반대’ 인사를 중용하고, 일부 친박 의원은 아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차원의 법률 조언팀을 만들자고 하는 등의 움직임을 문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