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마지막에 파를 써는 데 죽을힘을 다해 썰었다. 그것까지는 해놔야 할 것 같아서 온몸에 더워서 땀도 나고 식은땀도 났지만…"이는 안양의 A고등학교 급식조리실무사 전모(52·여)씨가 병상에 누워 초복날 급식을 준비하며 겪은 악몽과도 같았던 당시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영애 경기지부장에게 전한 내용이다.
19일 경기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8시30분쯤 출근한 전씨는 삼복더위에도 온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조리실에서 식기 세척을 위해 1천ℓ의 물을 끊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이어 동료 한명과 900명에 제공해야할 음식을 위해 닭 세척부터 손질까지 마쳤고, 55℃까지 온도가 치솟은 조리실에서 600KG가 넘는 닭과 죽을 익히기 위해 펄펄 끓는 커다란 솥 옆에서 3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였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1시쯤 전씨는 무더위와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구토를 했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급식 시간 때문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고통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배식에 앞서 전씨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파 썰기.
온몸이 천근만근 같았지만 자신이 빠지면 동료가 대신해야하기에 비 오듯 땀과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이를 악물었다는 것이다.
전씨는 주어진 일을 마치고 쓰러지기 일보직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호흡곤란과 과로 증세를 보인 전씨는 현재에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
경기지부는 지난 18일 오전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노동자들이 처한 살인적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 등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에 촉구했다.
경기지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은 폭염과 조리과정에 발생하는 열에 의한 것만은 아니며 급식노동자 1인당 전국평균 158학생을 감당하고 있는 현장상황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쓰러진 급식노동자는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열악한 시설에서 살인적인 노동은 물론 업무수행과정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 급식노동자를 배추나 무, 고춧가루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며 "교육당국이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학교 현장 확인 결과, 원활한 온수 공급 등 열악한 조리시설 등은 개선할 예정"이라며 "인력운영이나 당시 대응상황, 비인격적 대우 등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 등의 절차를 밟아 문제를 제기하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