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수원 본사건물로 들어가려던 조성희 이사가 노조원들에게 막혀 진입을 못하고 있다.(사진=김대기 기자)
"연인원 400만명이 공사에 투입되고 지방세 납부 등 건설부터 운영까지 약 3조9,000억원의 지역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인력 구조조정 중인 국내 조선업 분야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남권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1년 전인 지난해 6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결정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밷은 말이다.
그러나 불과 1년만에 이같은 말을 뒤집고 한수원 이사회는 14일 공사 일시 중단에 몰표를 던졌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한 14일 한수원 이사회에서 13명의 이사 중 의결을 반대한 이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상임이사(6명)는 물론 비상임 이사들(7명)까지 '거수기' 노릇을 했다.
한수원은 의결 후 "긴급하게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염려도 있었고, 정부 공론화를 적기에 수행하기 위해서는 빠른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사들의 고뇌어린 결정에 대해 양해를 바란다"는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임시 중단 안건이 통과되면서, 향후 3개월 간의 공론화 활동을 거친 뒤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논리의 정당성 여부'과 함께 '법적 근거 부족', '공론화 후 결정에 대한 책임 공방' 등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학계와 산업계는 줄곧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의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왔다.
원전의 공사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법 17조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명령을 받아야 하지만, 정부는 이 절차를 건너뛰고 산업부의 협조요청으로 진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한수원에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협조요청을 한 것은 공익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행위로, 에너지법 제4조는 에너지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원자력 분야의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미래통상자원부 장관은 아무런 견해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한수원 이사회의 '몰표' 결정이 알려지자 한수원 노조와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역시 "형식적 과정에 불과했다"며 법원에 '공사중단 의결 무효가처분신청'을 내고,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의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이 원천무효고 합법적 의사결정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허가 취소 안건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위원회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뒤로 숨은 가운데 '거수기' 노릇을 한 한수원은 공사 중단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된다.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지만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주체가 한수원이기 때문이다.
한수원 역시 자체 검토를 통해, 공사 중단이 형사상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있지만 공사에 참여한 건설·협력업체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 역시 공기업인 만큼,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은 정치적 책임의 문제 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