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경부선 버스사고로 고속버스 안전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화물차의 안전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각종 화물을 싣고서 도로 위를 달리는 대형화물차의 교통사고는 삽시간에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도로 위의 재앙'이라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시간에 쫓겨 운송을 해야하는 노동현실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 '들이받고 적재물이 덮치고'…화물차 사고 매년↑
직장인 A(40) 씨는 지난해 서울 강변북로에서 경험한 교통사고만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당시 1차로를 달리던 A 씨의 승용차는 2차로에서 돌연 진입한 화물차에 들이받혀 90도로 회전했고 화물차에 받힌 채 40m 넘게 질주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찰조사결과 졸음운전을 하던 화물차 운전자에 의한 사고였고 '조금만 더 속도가 붙었다면 화물차가 차량을 타고 올라갔을 것'이라는 경찰 설명에 A 씨는 식은땀을 흘렸다. A 씨는 "지금도 화물차나 버스를 보면 불안한 마음에 피해 다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운좋게 큰 화를 피했지만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는 대개 큰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 3월, 경북 청도군 인근 고속도로에서 14톤 화물차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청소차량을 들이받아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호남고속도로 삼례IC에서는 25톤 트럭이 앞서가던 차량 3대를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화물차에 실려 있던 적재물이 차량을 덮쳐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부산 남항대교에서는 25톤 화물차에 실려 있던 탱크로리가 승용차를 덮쳐 승용차 운전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화물차에 의한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생계를 위해 차량을 모는 사업용 화물차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2012년 6511건에서 2013년 7210건, 2014년 7603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사망자수도 302명에서 317명과 309명으로 좀처럼 줄지 않았다.
◇ "졸려도 달려야" 사고요인 '졸음운전' 압도적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2016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매년 증가하는 화물차사고의 주 요인으로 '졸음운전'이 꼽혔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25.3%로 조사됐고 주시태만도 21.8%에 달해 과속(18%)과 차량결함(13%)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시간압박 속에 졸려도 달려야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15톤 화물차를 10년째 몰고 있는 유모(46) 씨는 인천과 여수를 오가고 있다. 하루 운행거리만 500km에 육박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운송시간이 주는 압박이다.
유 씨는 "낮은 운임료도 문제지만 '너 아니어도 배달할 사람 많다'는 화주들의 시간압박이 더 크다"며 "일이 몰릴 땐 많이 자야 2~3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차 뒷공간에 마련한 운전자 휴식공간
운전대만 10시간 넘게 잡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들 화물차운전자에게 소박한 휴식조차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14톤 화물차운전자 한모(56) 씨는 "화주가 납품시간을 정해 놓다보니 시간에 맞춰 계속 달려야한다"고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더 쉬고픈 마음에 한 씨는 "화물차 뒤에 잠을 잘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며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자는 버릇을 들이니 적응됐다"고 말했다.
결국 시간에 쫓긴 운전자들이 졸음과 함께 도로 위로 내몰린 결과, 야간시간(20시~06시) 대 사고가 날 경우 사망에 이르는 확률은 35%로 최고수준을 보였다.
이들이 야간시간에 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야간할인이 적용되는 밤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차량이 덜 막히는 야간에 이동해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다.
5톤 화물차를 운행하는 황모(53) 씨는 "화물차는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니 졸음을 참고서 강제로라도 가야해 버스보다 위험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