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최근 치킨과 피자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운영 방식과 관련해 '갑질 횡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BBQ 치킨은 가격을 인상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로 된서리를 맞았고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은 구속까지 됐다.
그런데, 이 같은 갑질 횡포가 프랜차이즈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 롯데슈퍼, 팔다 남은 농산물…롯데상사 통해 납품업체에 반품처리롯데는 아주 독특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롯데상사가 쌀과 과일 등 농축산물을 계열업체인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등에 공급하는 체계다.
이렇다 보니, 롯데상사는 농협과 중소 유통업체들이 납품한 농축산물에 대해 먼저 하자검사를 실시한 뒤 이상이 없는 경우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했다가 마트와 슈퍼 등에 공급하게 된다.
이것은 납품업체가 롯데상사에 쌀과 잡곡, 과일 등 상품을 넘겨주면 이후에 롯데상사와 롯데마트, 롯데슈퍼 간 내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손이나 재고는 이들 롯데 유통업체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같은 책임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면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전국 롯데슈퍼 매장에서 판매하던 쌀이 관리 잘못으로 파손됐거나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남으면 다시 가져가라고 반품요구가 들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지어 롯데는 20kg 한 포대에 5만원하는 쌀을 기획행사 등의 명목으로 3만원씩 납품받은 뒤에 팔리지 않고 남으면 5만원씩 계산해서 반품요구를 한다"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최근 곡물 납품업체들이 간담회를 통해 롯데의 반품처리 문제를 논의했는데 다른 농협과 민간 업체들도 반품요구를 받았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납품업체들은 롯데상사를 통해서 롯데슈퍼와 계속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놓고 이의제기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상사는 반품처리를 줄이겠다고 말하지만 롯데슈퍼에서 반품요구가 워낙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품처리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반품된 쌀은 저가미로 포장돼 다시 유통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결국은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반품처리는 롯데상사가 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잘 모르는 일이다"며 발을 뺐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곡물을 반품 처리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점포에서 오랫동안 묵혔던 쌀이 저가미로 둔갑해서 시중에 유통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마트와 슈퍼의 곡물 유통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대형 유통업체, 포장지 비용 떠넘기기…납품업체 앉아서 '죽을 맛'국내 대형 소매점들은 창립기념일과 명절, 연말 등 특정 시점에 맞춰 수시로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이 같은 특별행사 기간에는 별도 주문한 포장지를 사용하게 된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이 쌀과 잡곡, 과일 등 판매 예상물량을 정하면 납품업체들은 여기에 맞춰 포장지를 주문 제작한다.
그런데, 실제 판매물량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남는 포장지는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처럼 남아도는 포장지의 폐기처분 비용을 모두 납품업체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특별할인행사를 하는데, 포장지 제작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일 포장지의 경우 개당 1000원씩만 잡아도 만개를 폐기처분하면 천만 원이 날아간다"며 "여기에 운반과 소각비용까지 더하면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2~3년 전에 포장지 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대형 마트들이 납품업체에 손실을 보전해 준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명백한 갑질 횡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