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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의 변신은 무죄? 엇갈리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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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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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고대 새로운 시도 주목…"개인열람실 전락∙스튜디오 활용 저조" 지적도

고려대 CCL 스튜디오가 문이 잠긴채 굳게 닫혀있다. (사진=김철진 인턴기자)

 

최근 대학가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이 잇따라 개관한 가운데, 당초 운영 취지와는 다르게 사용되며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각각 Y-VALLEY와 CJ 크리에이터 도서관(CCL)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을 개관했다. 이들 공간에는 기존 도서관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빽빽이 쌓인 책과 열람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창업을 위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과 아이디어 등을 시현해 볼 수 있는 각종 장비들이 마련돼있다. 학생들은 이들 장비를 이용해 각종 시제품이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에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 의해 토론이 이뤄지고, 시끄러운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 기대했고, 고려대 측 또한 "단순히 정보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도서관의 개념을 넘어 학생들이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 학생들의 반응 "쾌적한 환경 만족" vs "유용성 의문"

개관한지 한 달이 조금 넘은 현재, 이 두 도서관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최근 찾아간 도서관에는 방학임에도 많은 학생들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제각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개인 공부 및 팀플(조별활동), 휴식 등을 하고 있었다.

Y-Valley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서채리 씨는 "공간도 넓고, 환경도 쾌적해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면서 "개인 공부뿐만 아니라, 휴식을 하기에도 좋다"라고 말했다.

CCL 내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는 K-studio를 이용하고 있던 박나은 씨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곳에 처음 와 봤는데, 시설도 넓고 방송 장비도 잘 마련되어 있어 촬영하기 좋은 것 같다"면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라며 만족을 표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사용되는 모습과 유용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있었다.

(사진=김철진 인턴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A학생은 "이곳(Y-VALLEY)에서 창업이 준비되길 바란다고 하는데, 결국 일반 라운지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면서 "'창업팀 전용 테이블'이라고 있기는 한데, 일반 학생들이 앉아 개인 공부하고 있고…, 결국 이름뿐이지 목표로 했던 것처럼 실제로 운용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B학생은 "이곳이 위치와 시설이 좋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본래 의도처럼 사용되는지는 의문이다"라며 "개인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 사석화가 심하다"고 말했다.

또한 "팀플을 하러 와도 사석화 때문에 자리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전반적으로 개인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열람실화 된 분위기다"라며 '창업'과 '창의'의 공간이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CCL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느끼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경진(가명)씨는 "팀플을 하거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긴 한데, 미디어 컨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의 유용성은 의문"이라며 "종종 올때 스튜디오는 거의 비어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당시 CCL에 있는 스튜디오 5곳 중 1곳만 운영되었고 나머지는 굳게 닫혀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내 커뮤니티에도 CCL을 비판하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은 '깔끔한 공간에 만족'을 나타냈지만 '말뿐인 전시 행정이 아니냐'는 등 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CL 관련 게시글의 댓글에는 "정말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인지, 무얼 할 수 있는 공간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곳이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호함과 엉성함이 안타깝다", "솔직히 말해 CCL 몇 년이나 가겠느냐" 등의 반응이 있었다.

이에대해 CCL 관계자는 "시범 운영기간인 현재 스튜디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고 촬영 특성상 오후에 집중되고 있는데, 지난주 스튜디오 이용률은 100%였다"며 "또 6월 1일 개관해서 방학기간인 8월말까지는 시범운영기간으로 현재 상황을 일반화하는건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 절반의 성공…귀추 주목

두 도서관은 획기적인 시설로 관심과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운영 취지와 조금은 다르게 이용되거나, 활성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는 양상이다. 아직 절반의 성공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Y-VALLEY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3D 프린터 교육과 스터디를 더욱 활성화 할 예정이다"라며 창업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운영 초기에 겪고 있는 공간의 사석화, 열람실화 등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차후 '창업팀 전용 테이블' 확대, 창업과 관련 강연 등으로 설립 취지에 맞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CCL측 또한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CJ E&M의 다이아TV와 협력하여 1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주위의 우려와 달리 "'연고티비' 등 유튜브 채널 등이 제작에 CCL을 이용하는 등 초기 성과가 없지 않고, 앞으로 콘텐츠 제작이 더 활성화 될 것"이라 기대를 전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두 도서관이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게 될지, 혹은 무모했던 도전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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