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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초 단위로 쪼개진 집배원의 '빡빡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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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2명 숨져…근로시간 낮추려면 인력 충원 필요

(사진=자료사진)

 

지난 6일, 안양우체국에서 일하던 21년 차 집배원이 분신한 뒤 사망하면서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분신자살한 원모(47)씨는 지난달 팀에 새 인력이 충원되면서 담당구역이 완전히 변경됐다. 하루 1천 통∼1천500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해야 하는 구역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낯선 동네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익히는 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일.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새 구역을 돌아본 후 집으로 돌아와 종이에 지도를 그려봤다고 한다.

하지만 길을 헤매다 제시간에 고객에게 중요한 등기를 전달하지 못할까봐, 제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할까봐 21년차 베테랑임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 올해만 12명 숨져…집배원 노조, 4,500명 충원 요구

원씨를 포함해 올해에만 벌써 12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등졌다. 한 달에 두 명꼴이다. 5명은 자살했고, 2명은 교통사고로 숨졌으며, 나머지 5명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으로 과로사했다.

쓰러진 동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다음은 내 차례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집배원들은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은 "집배원 1인당 연간 정규노동 시간은 2,223시간인데,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결과 실제로는 2,888시간을 일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평균 노동시간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4,500명 정도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충원 계획은 올해 상반기 160명, 하반기 100명에 불과하다.

우정본부는 전국 244개 우체국 중 62곳에서 589명이 부족하고, 162곳에서는 590명이 남는 것으로 추산했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우선 올 하반기 100명을 새로 뽑아 일손이 부족한 곳에 보내고, 장기적으로는 인력이 남는 곳의 정원을 줄여 업무량이 과도한 곳에 재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일반우편 1통 처리시간 2.1초'…초단위로 나눈 산출시스템 믿을 수 있나

이처럼 노조와 우정본부가 제시한 필요인력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에 기인한다.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은 집배원이 하는 업무를 190여 개 단위로 쪼갠 뒤 각 업무별 평균 소요시간을 0.1초 단위로 측정해 집배원 1인당 적정 배달 물량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일반우편 1통 처리 시간은 '2.1초', 배달증 만들기 '1.6초' 등으로 집배원의 모든 일을 초 단위로 나눈 것이다.

그리고 우정본부는 이를 기준으로 우체국별 필요인력을 추산한다.

이에 대해 집배노조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력 추산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집배노조 최승묵 위원장은 "집배일을 하다 보면, 날씨나 도로 상황도 매번 다르고, 물량도 매일매일 달라 수많은 변수가 있다"며 "물량만 가지고 총산출을 뽑는다는 것은 현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을 만든 업체나 연구자들도 이 시스템이 적절한지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산출시스템 항목 중 한 가지만 잘못 산정되더라도 인력 수급 정책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로 우정업무와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는 우정사업본부 조직내 집배원 출신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최 위원장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우정본부내 집배원 출신이 없기 때문에 현장과는 동떨어진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고사나 과로사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가는 비인간적인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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